[KISTI 슈퍼컴 4호기의 조건](중)실효성 있는 협력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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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 3호기의 IBM 슈퍼컴퓨터 P690이 KISTI 본원 건물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당시 공중파 방송사가 헬기를 띄워 촬영할 정도로 IBM 슈퍼컴 도입과정은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한국IBM이 당초 KISTI에 약속한 협력 방안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기술정보연구원(KISIT)가 슈퍼컴 관련 노하우를 많이 보유한 제안업체와 최선의 협력 방안을 이끌어내는 것도 또하나의 KISTI 슈퍼컴 4호기 성공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KISIT는 이번 4호기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협력 방안은 최종 사업자 선정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평가 잣대”라고 강조했다.

 좋은 시스템과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각종 솔루션뿐만 아니라, 실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수행하는 사용자에 대한 지원 없이는 슈퍼컴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제안업체들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지키지도 못할 협력 방안을 ‘남발’하는 것을 KISTI가 견제해야 하고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계추를 돌려 지난 2001년 3월로 돌아가 보자. 현재 가동 중인 KISTI 슈퍼컴 3호기 수주를 위한 벤더사의 막판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당시 KISTI는 병렬형 컴퓨터 부문 우선협상자 1순위로 한국HP를, 2순위로 한국IBM을 선정했으나, 최종 사업자로는 2순위였던 한국IBM을 택했다. 한국IBM이 우선협상과정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협력방안을 내놓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IBM이 약속한 협력방안을 얼마나 지켰냐는 것이다. 일단 KISTI 슈퍼컴퓨터 내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절반의 실현’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IBM이 대대적으로 공언한 ‘생명공학(Life Science)을 위한 고성능컴퓨팅 지원 센터’의 국내 설립 계획은 결국 흐지부지 끝났다.

 초병렬컴퓨터 클러스터 CPU를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계약서 상 애매한 표현 문제와 현실 가능성 문제 때문에 결국 실효성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반면, 수준별 강의, IBM 왓슨 연구소 직원 연수 등은 호평을 받았다.

 슈퍼컴 3호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당시 핵심 관계자는 “KISTI가 슈퍼컴 4호기부터 벡터 방식은 완전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한국IBM을 통해 각종 병렬화 지원 프로그램을 이끌어 낸 것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KISTI 내부의 전략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대형 협력방안은 대체로 불발로 끝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슈퍼컴 3호기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KISTI 정기 감사 등을 통해 따져볼 문제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4호기 프로젝트에 시사해주는 바는 적지 않다.

 현재 우선협상을 통해 실효성있는 협력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KISIT의 각오는 비상하다. KISTI는 우선협상 대상업체에 △KISTI 기술 향상 방향 △슈퍼컴 활용성 향상 및 교육 방안 △자유 주제의 협력 방안을 제시토록 하고 정량화한 분석 기법을 도입해 정확하게 평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지수 KISTI 슈퍼컴 4호기 협상단장은 “빅딜 위주의 협력방안도 좋지만, 진정으로 국내 슈퍼컴 관련 기술을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협력방안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할 예정”이라면서 “실효성 없거나, KISTI 입장에 불필요한 협력 방안은 우선협상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배제시키고 KISTI의 전략에 따라 공동 연구 주제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유연한 협력 체제를 갖추는 데도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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