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연두 기자회견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설치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만큼 이 법안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이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통·방융합서비스산업이 하루빨리 활짝 펴지기를 기대한다. 사실 IT분야의 급속한 발전으로 통신과 방송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통·방융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이미 통신과 방송사업자가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다.
현재 방통위 설치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하지만 국회는 기존 상임위가 아닌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에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또는 제대로 처리될지 등은 아직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법안을 놓고 이해관계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방송 주도권 장악 음모라는 야당의 반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로 대표되는 통신업계와 방송업계의 힘겨루기 등이 여전하다.
그러나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과 기업에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인한 새로운 서비스산업의 창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IPTV산업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 설립법안의 통과를 반대해온 측은 산업발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별도로 IPTV 관련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제는 방통위 설립과는 별도로 IPTV법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것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어차피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대세라고 한다면 이에 대응하는 기구를 설립해 전체적으로 이를 규제하고 관련산업의 육성책을 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IPTV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정작 서비스는 하지 못하고 있다. IPTV 국제 표준화를 담당하는 국제조직이 우리나라가 제안해서 만들어졌을 정도로 초기에는 우리나라가 IPTV 표준화의 주도권을 행사했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할 때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고 한다. 상용화가 늦어지는 데 따른 결과다. 상용화를 이미 시작한 국가들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방통위가 설립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출범조차 못하면서 어느것 하나 제대로 처리되는 게 없다. 설립 이후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를 해결하는 게 해법이다. 법안 통과가 지연된다면 우리는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게 되는 셈이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방통위원 임명이 문제면 국회에서 다음 정권부터 하도록 시행 시기를 정해도 된다”고 했다. 더는 허송세월하지 말고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켜 새로운 통·방서비스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융합서비스 정책을 누가 주도하느냐보다는 관련 서비스를 빨리 시작함으로써 이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해 나가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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