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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 목소리’는 1991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을 다룬 ‘현상수배극’이다. 범인이 끊임없는 협박전화로 부모를 농락했다는 점과 경찰의 추적을 유유히 따돌릴 정도로 치밀하고 지능적이었던 점 등으로 당시 온 국민을 분노에 떨게 했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지 유괴사건을 다뤘다는 것 뿐 아니라 지난해 1월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우리 사회가 ‘그놈 목소리’를 잊지 않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범인을 잡자는 강한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박진표 감독은 “범인의 실제 목소리를 관객이 들을 수 있게 삽입했다”며 “우리가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방송국 뉴스앵커인 한경배(설경구)의 9살난 아들 상우가 어느날 흔적없이 사라지고 1억원을 요구하는 유괴범(강동원)의 협박전화가 시작된다. 아내 오지선(김남주)의 신고로 전담 형사(김영철)가 붙고 과학수사까지 동원되지만 지능적인 범인은 수사망을 빠져나가며 집요한 협박전화로 새로운 접선방법을 지시한다. 치밀한 수법으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유괴범의 유일한 단서는 협박전화 목소리뿐이다. 감정이라곤 없는 듯 소름끼치게 냉정한 ‘그놈 목소리’다. 사건 발생 40여일이 지나도록 상우의 생사조차 모른 채 협박전화에만 매달려 일희일비하는 부모들. 하지만 부모의 실낱같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상우는 유괴 44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