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악플`…"이번엔 뿌리 뽑자"

 가수 ‘유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악플)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인터넷실명제 등 개선책 논의가 본격화했다.

정부는 인터넷상의 사이버 명예훼손을 방지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를 오는 7월 도입키로 하고 제한적 실명제를 도입해야 하는 사이트를 규정하는 시행령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법률은 하루평균 방문자 10만 이상의 사이트와 공공기관의 사이트에 대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하고 구체적인 유형과 대상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 도입으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지 미지수여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인확인, 효과는 있지만 대안은 못된다=전문가들은 게시글을 쓸 때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 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미리 신원을 확인해 사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추적이 가능해 게시글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완벽한 대안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요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가 실명제를 실시중임에도 악플이 그치지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지연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스스로 양심에 어긋난다는 인식을 하면 본인확인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떠들썩했던 ‘개똥녀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사람들의 성향이나 사안의 특수성에 따라 비난을 정당하다고 본다면 실명제에서도 악성 댓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공인의 경우 ‘좋고 싫어함’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려 실명제가 큰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 사업자, 할 수 있는 것은 다한다=포털 등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중이다. 게시물 모니터링 인력도 수백명씩 운영하며 검색 금칙어도 설정했다. 권리침해신고센터를 운영, 몇 번 이상 다른 네티즌들에 의해 신고당하면 게시글을 무조건 차단하는 방안도 운영중이다.

그러나 사업자의 자율규제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터넷 사업자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게시글을 삭제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거나 피해자가 신고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같은 근거가 명백하지 않은 이상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상식과 합의 수준을 가늠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법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수 있는 사이버 미디어 윤리 교육과 악성 댓글을 게재하는 네티즌에 대한 현실적인 처벌 강화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황성기 동국대 법대 교수의 조언

황성기 동국대 법대 교수는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댓글쓰기를 없애지 않고선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황교수는 “공공기관 사이트 게시판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게시판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의 고유 특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제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철저한 사법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황교수는 “자신의 게시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네티즌이 많다”며 “철저한 사법적 처벌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인터넷 윤리 교육을 통해 건전한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네티즌 반응

가수 유니의 자살로 인해 다음의 토론게시판 서비스인 아고라에서는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자살의 원인으로 꼽히는 악플문화에 대한 토론과 근본적 원인 분석에 대한 토론을 비롯, 악플문화를 추방하자는 자정적인 네티즌 청원까지 반응은 다양했다.

네티즌 ‘퍼덕퍼덕’은 실명제 논의와 관련해 가장 악플이 많은 포털 서비스들이 이미 실명제를 한다는 사실을 들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성이 근원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17만건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네티즌 ‘나근나근’은 근본적인 원인으로 더 높은 수익을 위해 강도 높은 노출을 강요하는 소속사와 성적인 도구로 가수를 보는 시청 문화를 비판, 호응을 얻었다.

네티즌 스스로의 자정 캠페인도 활발하다. 故 유니의 동창인 네티즌 ‘SPIRIT’은 네티켓은 우리 국민이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을 강조하며 제2의 유니가 나오지 않도록 악플문화 자체를 정화해 가자는 주장으로 하루만에 1100명 이상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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