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기자의 피츠버그 통신]­아이폰과 프라다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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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애플 제품의 인기는 상상을 넘어선다. 길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 열 가운데 아홉은 손에 아이팟을 들었다. 애플 제품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을 비꼬는 패러디가 종종 등장하지만 그들이 시장을 이끈다. 지난 9일은 광명의 날이었다.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 휴대전화 ‘아이폰’이 발표됐다. 그들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아이폰 발표 직후 우리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식이 들렸다. 디지털기기 사이트 인가제트닷컴이 아이폰과 LG전자 프라다폰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며 유사성 논쟁에 불을 댕겼다. ‘프라다폰은 이미 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iF) 제품 디자인 상을 받았다’는 문구는 프라다폰이 먼저 알려졌음을 암시했다. 상당수 우리 언론은 이 같은 소식을 자랑스럽게 전했다. 그러나 이곳 현지에서 논쟁은 마니아만의 것이었다. 일반인의 관심은 여지없이 아이폰에 집중됐다. 이유가 뭘까. 기사를 검색해 보니 미국인의 애플 사랑 때문만은 아님을 알게 됐다.

 ‘LG의 새 전화가 아이폰을 닮았다(LG’s New Phone Resembles IPhone)’.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가 이곳 시각 18일 오후 3시 11분 처음 보도한 서울발 기사의 제목이다. LG전자가 프라다폰 정식 출시 보도자료를 낸 바로 그날 AP가 쓴 기사는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뉴욕타임스와 CBS 등 상당수 매체가 AP 기사를 제목 그대로 게재했고 타임은 아예 ‘LG폰이 아이폰을 본떴다(LG Phone Mimics IPhone)’는 식으로 제목을 강하게 바꿨다. 평범한 프라다폰 출시 기사에도 본문에는 어김없이 ‘아이폰’ 관련 내용이 존재했다. 한국에서 ‘아이폰이 우리 프라다폰을 베꼈다’고 좋아하는 사이 미국에서 프라다폰은 단지 아이폰을 닮은 휴대폰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이폰이 먼저 정식 발표됐기 때문이다.

 맥월드에서 아이폰이 발표되기 하루라도 전에 프라다폰을 발표했으면 거꾸로 모든 아이폰 기사에 프라다폰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을까. 사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의 강점은 무엇보다 홍보와 마케팅 능력이다. 제품 경쟁력도 있어야 하지만 CEO가 직접 나서 뭔가 있어 보이게끔 만드는 것은 그들만의 탁월한 능력이다.

 아이폰과 프라다폰 모두 실제 제품이 출시되면 시장의 평가를 받겠지만 ‘아이폰을 닮은 전화기’라는 이름을 갖고 출발한 이상 뭔가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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