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그룹 임원 인사는 ‘기준은 성과, 테마는 연구개발직의 대거 약진’으로 뚜렷하게 요약된다.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역시 전체 472명 승진 임원 가운데 229명으로 무려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인사를 주도했다. 삼성SDI·삼성코닝·삼성SDS 등 나머지 IT 계열사는 물론이고,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에서도 승진 임원 가운데 IT 업무 전문가가 상당수 포진해 이번 인사에서는 기술 중시 경영기조가 뚜렷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보르도’를 타라=삼성전자 사업총괄 조직 가운데는 반도체와 더불어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올린 TV사업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부사장 승진자 15명 가운데 경영직 10명의 경우 경영지원을 비롯해 반도체·정보통신·디지털미디어 등에서 골고루 나눠 가졌지만 기술직 5명의 부사장은 반도체총괄이 4명을 차지하며 휩쓸었다. 타 사업총괄에서는 지난해 TV 단일 품목으로 100억달러 매출 돌파의 신기록을 세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인 윤부근 전무가 승진한 것이 유일하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디지털미디어총괄, 특히 TV사업 임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최대 효자품목인 보르도 TV 탄생의 공신인 윤 부사장을 비롯해 38세의 최연소 임원으로 탄생한 보르도 LCD TV의 디자이너 강윤제 상무보 등 부사장에서 상무보에 이르기까지 TV 단일 품목에서만 10명의 승진임원을 배출했다. 전동수 디지털AV 사업부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 발탁됐다.
◇스태프조직·CIS 부상=잘 드러나진 않지만 법무·IR·기획 등 이른바 실세형 스태프 조직 임원들의 부상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사장급 승진자 가운데는 단연 주우식 IR팀장이다. IR팀은 30명도 채 안 되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부사장급 임원이 탄생함으로써 한층 더 위상을 격상시킨 셈이다. 김광호 법무팀 부사장 승진자와 그룹 경영기획실 소속 이재용·김태호 전무 승진자 등 이번에도 구조조정본부의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해외사업 총괄은 미국·중국·CIS 등 실적이 뛰어난 최대 수출시장에서 승진자를 다수 배출했다. 특히 CIS 총괄의 경우 조원국 전무가 부사장으로, 이돈주 상무가 전무로 각각 발탁되는 등 눈에 띄는 약진을 보였다.
◇빛과 그늘=삼성전자의 기술력 확보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기술직 임원, 그중에서도 ‘삼성펠로’ 출신이 대거 부상했다. 기술직급 부사장 승진자 5명 가운데 이원성 부사장, 오세용 부사장, 서강덕 부사장, 김기남 부사장 등 4명 모두가 반도체총괄 소속 삼성 펠로 수상자들이다. 전무급에서도 반도체총괄 메모리 개발담당 김창현 상무가 승진, 발탁됐다. 반면 저조한 경영실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활가전총괄에서는 삼성전자 전체 15명의 부사장 승진자 가운데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나마 전무급 승진자 26명 가운데 시스템가전 담당 이재국 상무가 유일하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빛을 보지 못한 쪽은 실제 사업과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기술총괄도 마찬가지다. 이번 인사에서 기술총괄은 부사장 승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SDI와 삼성코닝은 각각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6명, 1명씩 줄었다. 삼성코닝은 전무, 상무, 상무보 승진자가 각각 한명씩으로 역대 승진폭으로는 최소에 머물렀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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