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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용체계(OS) 윈도 비스타 출시가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인터넷뱅킹과 전자정부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인터넷 서비스가 윈도 비스타 호환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후 행정자치부와 은행,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보안 솔루션 개발 기업들이 나서 인터넷 서비스의 비스타 호환성 확보 작업을 시작했으나 솔루션 개발 지연과 비용 문제, 호환성 테스트 여건 부족의 장벽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말까지 목표했던 호환성 확보가 어려워 인터넷 서비스 대란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행자부 고위 관계자는 “윈도 비스타가 출시되면 전자정부나 금융, 보안 호환 때문에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내 솔루션 업계의 준비가 미진해 MS쪽에 한국판 출시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솔루션 개발 지연=윈도 비스타 출시로 가장 많은 솔루션을 재개발해야 하는 기업은 보안 솔루션 업체들이다.
국내 인터넷뱅킹과 전자정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액티브X를 이용해 보안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윈도 비스타는 기존 OS와 완전히 다른 구조로 개발돼 기존에 쓰던 액티브X 프로그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국내 시중 은행이 인터넷뱅킹에 적용한 보안 프로그램만 10여 종. 이들은 모두 액티브X 형태로 내려받기 된다.
10여 개 솔루션 개발사가 비스타 호환성 확보 작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다수 업체의 규모가 영세해 한 두 명의 개발자가 한 달여를 남긴 기간 동안 밤을 새워 개발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박준석 한국MS 이사는 “국내 보안 기업들과 호환성 지원에 나서보니 개발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은 데다 한 두 명의 개발자가 전체 프로그램을 다 개발하는 구조였다”며 “국내 SW 개발 기업들의 프로세스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용과 호환성 테스트도 문제=솔루션 개발 업체들은 비스타 호환 프로그램 개발에 따른 비용 문제와 테스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터넷뱅킹이나 전자정부민원 서비스 보안 솔루션 구축시 한 유지보수 계약만으로 비스타 호환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개발 비용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
한 보안업체 사장은 “윈도 비스타용 솔루션은 기존 제품을 일부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작업”이라며 “유지보수 비용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윈도 비스타는 물론 함께 배포되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7의 새로운 기능인 탭 브라우징 환경에 대한 테스트도 문제다.
사용자가 IE7의 탭브라우징으로 인터넷뱅킹과 증권 사이트를 한꺼번에 3개 이상 띄우게 되면 최악의 경우 9개의 보안 솔루션이 한꺼번에 작동한다. 보안 업체들은 이런 환경을 테스트할 환경을 갖추지 못해 비스타용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최근 야후 툴바와 IE 충돌과 같은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성재모 금융보안연구원 팀장은 “은행과 보안 업체들이 호환성 확보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며 적어도 1월 말까지 서비스를 완벽히 준비하기는 어렵다”며 “2월 안에는 비스타에서 혼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