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작년보다 9.6% 증액된 9조7629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고 국민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임을 감안할 때 R&D 예산을 증액한 것은 의미가 크다. 10조원에 다소 모자라는 금액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국가 R&D 예산 10조원 시대가 열렸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핵심원천 기술 확보라는 대의명분에 정부나 국회가 모두 공감했기 때문에 작년보다 10%에 가까운 국가 R&D 예산 확보가 가능했다고 본다. 정부는 올해 10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기초연구 및 과학기술 인력 양성, 미래성장과 직결되는 핵심기술 개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중소기업 지원강화 및 지방 R&D 투자 확대 등에 쓸 예정이라고 한다. 방대한 규모의 R&D 예산이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긴요하게 쓰여 경제를 부양하고 민간의 R&D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제대로 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국민의 혈세가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예산 집행과 관리 전반에 걸쳐 세심한 주의와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R&D 예산의 증가와 예산의 효율적인 운용은 중요한 일이다. 증액된 R&D 예산이 실제로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원천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제대로 쓰이지 못한다면 예산 증가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가 R&D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의 기획·평가·관리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 개선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가장 시급한 점은 치밀한 평가관리시스템 구축과 적용이다. 특히 부처별로 혼재돼 있는 R&D 평가시스템을 하루빨리 통합·관리하는 게 시급하다. 과기혁신본부가 출범한 이후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부처별로 R&D 투자가 중복으로 이뤄지거나 특정 부처에서 진한 연구 성과물이 다른 기관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심한 경우 정부 부처나 국가 R&D 기관이 기존 연구 프로젝트 이름과 내용을 다소 수정하거나 그럴 듯하게 새로 각색해 예산을 따내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하지 않도록 주도 면밀하게 관리 및 모니터링해야 한다.
단순히 예산 집행의 적정성이나 산출물 유무를 가지고 R&D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가 R&D 과제가 민간의 R&D 과제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되고 실제로 사업화됐는지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R&D 과제가 미래성장 동력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전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정부 9개 부처 연구관리기관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연구관리혁신협의회가 국가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상호협력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정부가 새해부터 추진키로 한 국가 R&D 사업 사전타당성 조사제도도 빨리 뿌리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500억원 이상의 대형 R&D 사업을 신규로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 및 출연연구기관은 예산요구 이전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사전 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이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예산 심의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예산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제반 시스템이 정비돼야 국가 R&D 예산 10조원 시대에 걸맞은 관리의 효율성도 담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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