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중국 정부는 ‘111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100위권 대학·연구소의 석학 1000여명을 자국의 100대 대학으로 초빙해 세계 최고의 연구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총성 없는 글로벌 인재전쟁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반면에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보고서는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우수과학자들이 ‘연구환경 등의 여건 미비’를 이유로 귀국하기 싫어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각국 등 우리 경쟁국들과 우리기업들이 글로벌 시대에 대비해 벌이는 인재전쟁은 실제 총과 대포로 싸우는 전쟁 그 이상의 전쟁이다.
◇총성없는 전쟁=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6년 두뇌유출지수(Brain Drain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91로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38위권에 머물렀다.
BDI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가 해외로 나가려는 경향을 지수화한 것으로 유출경향이 강할 수록 0에 가깝고, 그렇지 않을 수록 10에 근접한다. 자연스레 한 나라의 유출경향이 낮으면 다른 나라는 유출경향이 높아지는 ‘제로섬 게임’ 양상을 띨 수 밖에 없다.
이웃나라 중국 역시 3.22로 좋지 않다. 111계획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111계획을 통해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고급인력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보수와 세제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일본도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일본 정부의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06∼2010년)’은 연구인프라 같은 ‘사물’을 우선하는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의 근원인 ‘사람’에 투자하는 사고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
유럽연합(EU)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U는 지난해 ‘신 리스본전략’을 수립, △중등교육 강화 △교육훈련시스템 개발 △고령·여성·이민노동자 효율적 관리에 나섰으며 공동연구프로젝트인 ‘제7차프레임워크(2007∼2013년)’의 일환으로 역내 연구개발자의 훈련·유동성을 강화하는 ‘마리 퀴리(Marie Curie)’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강화된 비자제도로 우수 외국학생들의 이탈이 잇따르자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이민제도 개혁을 비롯해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래투자장학금 신설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경력발전계좌’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생존경쟁의 열쇠=인재전쟁은 정부만의 싸움은 아니다.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도 다양한 인재확보·양성책을 개발, 운영 중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N 마이너스(―) 1’이라는 인재철학을 내세웠다. 당초 채용계획보다 1명 부족한 N―1명만 채용한다는 것으로 최고의 인재만을 뽑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GE는 ‘리더십 파이프라인’으로 그들만의 인재를 양성한다. 이 프로그램은 초급관리자에서 CEO까지 리더십 진화과정을 6단계로 나눈 후 각 단계별로 지녀야 할 지식·능력 등을 전수한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창조경영’ 원칙 아래 고급인재 발굴에 나선 결과 박사급 인력이 올해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임원 가운데 외국 대학 출신이 20%에 이른다.
LG전자는 LG그룹 차원의 HPI(High Potential Individual) 프로그램을 통해 영(Young) HPI와 리더 HPI를 뽑아 차세대 경영자를 육성한다. 최근에는 밖으로도 눈을 돌려 해외법인의 현지 인력에게 한국에서의 교육과 순환근무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HPI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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