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쿼드코어 CPU 혁명 `점입가경`
인텔과 AMD의 듀얼코어 CPU에 이은 중대형컴퓨터업체들 쿼드코어 CPU 출시 경쟁은 끊임없는 반도체 진화를 실증해 보이는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칩의 트랜지스터 수는 18개월마다 두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2002년까지 성능향상에만 주력했으나, 더 작고 강력한 휴대형 기기, 배터리 수명 연장, 소음이 적은 데스크톱 PC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멀티코어가 반도체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나의 프로세서에 여러 개의 실행 코어를 탑재함으로써 프로세싱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으며, 프로세싱 능력 향상에 따라 증가해 온 전력소비량은 떨어질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싱글코어에서 소모되는 전력을 여러 코어에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멀티코어 프로세서로의 칩의 진화는 소비자들이 정보처리를 위해 테라플롭(초당 1조번의 부동소수연산) 수준의 연산 능력과 테라바이트(1024기가바이트)급 데이터 저장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테라시대’를 가져올 초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듀얼코어 CPU가 CPU 시장을 장악했고 새해에는 쿼드코어 CPU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향후 10년 내에는 수십 개의 코어로 구성된 CPU가 새로운 반도체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텔의 쿼드코어 전략 =인텔은 각각 2개의 프로세싱 유닛을 가진 듀얼코어 칩 2개를 하나의 패키지에 묶는 방식으로 지난해 11월 쿼드 코어 CPU를 출시했다.
서버용 제품인 ‘제온 5300’ 시리즈는 총 4종으로 구성되며, 클록 속도는 최저 1.6㎓에서 최고 2.66㎓다. 가격은 455∼1172달러로 책정됐다. 그래픽 기능을 보강한 2.66㎓ ‘코어2 익스트림’ CPU는 게임용 고성능 PC를 주요 대상으로 하며 999달러에 판매된다.
인텔은 새해 들어 하이엔드 데스크톱PC용 코어2쿼드 프로세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쇼(CES:Consumer Elecroniccs Show)에서 발표될 예정인 이 제품은 ‘쿼드코어 제온 5300’과 ‘코어2익스트림 QX6700’에 이은 세 번째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될 전망이다. 인텔은 2008년 45㎚ 공정기술을 적용해 하나의 다이에 코어 4개를 집적한 CPU도 내놓을 예정이다. 인텔은 코어가 4개인 프로세서를 쿼드코어 대신 ‘코어2쿼드’를 정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AMD의 쿼드코어 전략 = AMD는 첫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바르셀로나(Barcelona)’를 올 4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인텔의 제온과 달리 AMD의 프로세서는 4개의 코어를 한 장의 실리콘에 모두 넣는다.
AMD는 출시에 앞서 지난 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하나의 다이에 4개의 x86 프로세싱 코어를 탑재한 코어 X86 서버 프로세서를 시연했다.
이 날 AMD는 65㎚ SOI 프로세스 공정 기반의 바르셀로나를 4웨이 서버에 탑재, 총 16개의 코어가 성공적으로 구동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AMD는 두 개의 프로세싱 코어를 추가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 프로세서는 X86아키텍처 상에서 고질적인 프런트 사이드 버스(FSB)의 병목현상을 줄여주는 AMD의 다이렉트 커넥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통합형 메모리 컨트롤러도 포함하고 있다.
이들 프로세서 제품군은 CPU 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I/O를 향상시키며, 전력소모량 및 메모리 지연을 줄이고 성능을 대폭 향상시켜주도록 제작됐다. 쿼드 코어 AMD 옵테론 프로세서는 특히 싱글에서 듀얼 코어 컴퓨팅으로 업그레이드 했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전력 소모량의 변화 없이 듀얼 코어에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첫 쿼드코어의 영예는 누가?=인텔은 두 개의 다이로 제작된 쿼드코어 제온 프로세서를 지난해 11월 출시했으며, AMD는 하나의 다이에 코어 4개가 내장된 프로세서를 2007년 4월 경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이들은 자사의 프로세서가 가장 빠른 x86 쿼드코어 프로세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AMD 측은 “내년 2분기에 출시할 예정인 바르셀로나야말로 세계 최초로 단일 다이 상에 4개의 코어를 탑재한 ‘네이티브’한 쿼드 코어 프로세서”라면서 “네이티브 쿼드 코어 X86 서버 프로세서만이 고객사의 다양한 문제점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텔 측은 “인텔이 내놓은 쿼드코어 제온 프로세서는 CPU 하나에 코어가 네 개씩 집적돼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어 4개가 작동한다는 것과 그 성능”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통신]`휴먼 네트워크` 구축 대변신
‘이제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대는 끝났다.’
세계 통신·네트워크 산업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통신사업자나 기업을 위한 장비와 서비스로만 인식되던 네트워크 개념이 점차 가정으로 확대돼 가고 있는 것. 전화·텔레비전·냉장고·컴퓨터·DVD·오디오 등 모든 가정용 전자기기들이 IP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모든 생활 편의를 제공한다.
네트워크는 기업에서 가정으로, 데이터 네트워크에서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로 확장,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인터넷상에 이미 준비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컴퓨터에 접속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주체가 되어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만들고 방송 내용도 직접 골라보는 시대가 왔다.
전 세계 네트워크 기술과 시장을 선도해온 시스코가 일반 개인과 가정을 정조준하며 전체 사업방향 궤도를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기업용 통신 장비업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휴먼 네트워크’ 업체로 변신 중이다.
시스코 전체 매출에서 라우터·스위치 등 통신사업자나 기업용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화·텔레비전·컴퓨터 등 모든 가정용 전자제품을 IP네트워크로 통합하는 솔루션을 앞세워 이제부터 네트워크 배후가 아닌 전면에 직접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시스코가 무선 및 홈 네트워크 업체인 링크시스와 키스테크놀러지, 미국 2위 셋톱박스업체 사이언티픽애틀랜타 등을 잇따라 인수합병(M&A)한 것도 이런 전략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회사 로고도 일반 소비자가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꿨다. 새해부터 새 브랜딩 캠페인도 본격화한다.
미래 시장에 대비한 네트워크 장비업계의 혁신 노력은 시스코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업계에는 매머드급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뤘다. 프랑스 알카텔과 미국 루슨트의 합병을 시작으로 지멘스와 노키아도 통신장비 사업을 통합해 합작사를 만들었다. 여기에 스리콤도 화웨이와 공동 설립한 화웨이-스리콤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선두 기업의 대형화가 이어졌다.
특히 알카텔과 루슨트의 합병은 여러 해 동안 무선 및 유선통신 장비시장에서 경쟁해 온 두 라이벌 기업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연말, 합병이 완료됨으로써 연간 245억달러를 벌어 들이는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 알카텔-루슨트는 글로벌 네트워크 솔루션 시장에서 유선 부문 1위, 무선 부문 3위,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부문 3위, 유럽지역 기업 솔루션 부문 1위 등 네트워크·통신장비 각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통신장비 업계의 인수합병은 ‘컨버전스’라는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홈네트워크, DMB·IPTV와 같은 컨버전스 형태의 새 서비스가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자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시작했다.
손영진 시스코코리아 사장은 “라우터·스위치 등 기업용 통신장비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며 “최근 전 세계 네트워크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장 전략이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됐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화웨이의 도전
통신사업자인 A사 미팅룸. A사 구매 담당자가 장비업체 영업 직원에게 “이번에는 당신 회사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는 방침을 통보한다. 그러나 장비 영업직원은 세계에서 인증받는 최첨단 장비를 왜 도입하지 않느냐고 따진다. 다시 한번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해보지만 담당자의 대답은 단호하다.
“장비가 우수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100만 가입자용이면 충분합니다. 3억명을 수용하는 장비를 지금 도입하는 것은 낭비지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경영 문화를 소개하는 회사 소개서의 한 장면이다. 장비 개발이나 출시 로드맵도 실질적인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화웨이는 이런 경영문화를 통해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흔들어 놓을 중심 축의 하나로 우뚝 섰다.
지난해 화웨이는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78억달러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홍콩에서 열린 ITU텔레콤월드에서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화웨이에 협력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정도다.
그러나 회사 내부의 세계화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게 업계 평가다. 아직도 화웨이는 세계 80여개 영업 지점에 중국인 책임자를 파견하고 본사가 직접 관할한다. 공식 회의는 중국어로 진행한다. 노텔·스리콤 등 글로벌기업과 제휴를 맺었다가 번번이 파기한 전력도 갖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화웨이는 주문형반도체(ASIC) 제조부터 유무선 통신장비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춘 세계 유일한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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