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팔리는 외산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가격에 거품이 많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판매하는 가격에 비해 최고 갑절 이상 높은 가격을 책정해 같은 제품을 판다는 것이다. IMF사태 이후 불황으로 내수가 침체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외산 가전 유통업체들이 비록 틈새 시장 공략의 일환이긴 해도 이른바 ‘최고 명품 마케팅’을 펼쳐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면 이는 개선해야 할 일이다. 적정 이윤을 책정해 제품을 파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해 폭리를 취한다면 대수롭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더욱이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 심리를 자극해 과소비 풍조를 조성하는 것은 이유야 어찌됐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업체들에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명품 마케팅 전략에 몰리는 일부 구매자들의 잘못된 소비 행태도 지적받을 일이다. 비싸야 잘 팔린다는 잘못된 소비심리를 이용해 풀질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과대 홍보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니 이런 소비행태는 바로 잡아야 할 점이다.
최근에는 수입 자동자의 가격 거품이 사회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수입차 업체를 대상으로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많아 폭리를 취한다면 문제를 제기한 적도 있다. 외산 가전 유통업체들이 유념해야 할 사례라고 본다.
본지가 조사한 주요 외산 가전제품의 본사와 국내 시판 비교 결과를 보면 외산 가전 제품의 거품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확인할수 있다. 월풀·일렉트로룩스·밀레 등 명품 가전의 경우 프리미엄 가전 제품 국내시판 가격이 해외 현지 판매 가격보다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90% 가량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월풀의 인기모델 양문형 냉장고(GS6NBEXR)의 국내 시판 가격은 450만원이었으나 미 월풀 온라인에서 판매중인 동일 모델 제품 가격은 211만5000원(2299달러)으로 무려 89% 비쌌다. 일렉트로룩스 로봇청소기인 ‘트릴로바이트’의 스웨덴 본사 판매 가격은 200만원이었지만 국내에서는 238만원에 팔리고 있다. 밀레 드럼세탁기(W2104)의 국내 시판 가격은 248만원으로 독일 본사의 210만원보다 38만원이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GE의 양문형 냉장고도 미 최대 가전 매장인 베스트바이 사이트에서 최고가 제품이 3200달러인 반면 국내 대리점에서 파는 유사 사양의 제품은 300∼400만원대가 주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외산 제품을 수입해 파는 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물류비를 비롯해 마케팅 비 등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다. 실제 이들 업체는 이런 이유로 본사 가격과 같이 팔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도 특정 제품의 가격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의 가전제품은 품질과 성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는 이때 국내 시장에서 외산 프리미엄 제품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팔리고 이를 구매하는 소비층이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외산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외산에 치우친 소비사대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소비행태는 국내 해당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해당 유통업체들은 외산 제품의 가격에서 거품을 빼 소비지들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일부 계층의 자기 과시형 소비행태는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과소비를 반복하면 자신도 모르게 사이에 습관이 될 수 있다. 최근 취업난과 경기악화 등으로 인해 내년도 경기전망이 비관적인 가운데 외산 가전의 가격 거품은 납득하기 어렵다. 유통업체들은 가격 거품 사례를 더 이상 만들지 않아야 하며 소비자들도 따져보고 구매하는 알뜰한 소비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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