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위대한 패러독스 경영
브람 그뢴, 찰스 헴덴-터너 지음, 정성묵 옮김, 채연석 감수, 세계사 펴냄, 1만5000원.
‘10, 9, 8, 7, 6, 5, 4, 3, 2, 1…발사’.
1997년 10월 15일, 카시니-호이겐스호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긴 여정에 올랐다. 6년 8개월이란 시간을 거쳐 토성에 이 인공위성이 도착하면서 태양계 여섯 번째 행성은 천문학계의 신데랄라가 됐다.
우주 개발 프로젝트는 국제 협력과 창조적인 혁신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분야다.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도 성공을 위협하는 문제로 가득했다는 점은 어느 프로젝트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가 보여준 일련의 혁신들은 세계 무인·유인 인공위성 프로젝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9년간 19개 국가에서 모인 5000명의 서로 다른 전문가가 문화와 분야의 장벽을 뛰어넘어 최고의 성과를 창출했다.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는 미국 행성 과학의 정점이자 유럽 우주 기술의 결실이며, 국제 협력 프로젝트의 귀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가 위기 상황에서도 역동적인 문화를 창출하고 위대한 업적을 일궈낸 것은 ‘패러독스를 직시하고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고 주장한다.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가치를 적절히 섞으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온다’는 패러독스 경영은 성공과 혁신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불변의 법칙이다.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상반된 두 가치를 융화시키는 패러독스 경영의 결과였다. 계속되는 실수가 오차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도, 카시니호이겐스호가 보내는 데이터가 역대 최고의 전송률을 보이면서 관찰 당 비용은 역대 최저일 수 있었던 것도, 서로 팽팽히 맞섰던 팀원끼리 우주라는 거대한 화합의 장에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고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패러독스의 경영의 힘이었다.
이 책은 국제 우주 프로젝트로 보는 경영 전략서로써, 토성 탐사 프로젝트의 출발에서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혁신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겉으로 볼 땐 프로젝트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듯했던 패러독스들을 다루고 해결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리고 패러독스 논리를 통해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과학과 공학의 성과에서 경영이라는 현실적 측면으로 확장하면서, 문화와 가치관, 리더십, 성과 향상에 관한 여러 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정부 출연 연구소의 간부들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책기관 그리고 대기업의 간부들에게 유용한 지식을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국제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거나 대형 R&D사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진행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교양서가 될 것이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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