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영화 속 컴퓨터그래픽(CG)기술 수준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21일 일제히 개봉하는 영화 ‘중천(감독 조동오)’ ‘해피 피트(감독 조지 밀러)’ ‘박물관이 살아있다(감독 숀 레비)’ 등이 수준 높은 CG기술과 특수효과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아 온 작품들. 시사회에서 세 편의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매우 놀랍다”고 반응할 정도로 이들 영화는 진보한 CG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중천’과 오랜 경험과 관록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2편의 CG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다.
◇국산 CG 진일보=‘중천’은 102분의 상영시간(1900여 컷) 가운데 무려 40분 가량(750여 컷)이 CG로 제작됐다. 영화 속 CG 비중이 높아져 순제작비만 104억원이 투입되는 등 이전 한국영화에 비해 영화 속 CG기술이 한층 더 발전했다는 평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최문기)과 DTI 등 12개 국내 CG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100% 국산 컴퓨터그래픽이미지(CGI)가 우리 CG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의 특수효과를 뉴질랜드의 웨타 워크숍과 미국의 CG 전문업체 오퍼니지가 담당해 팬들을 실망시켰던 것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이곽(정우성)이 천기관의 3만 원귀병을 물리치고 반추(허준호)에게 납치된 소화(김태희)를 구하는 신은 ETRI의 디지털콘텐츠사업단이 개발한 디지털액터 기술 중 ‘군중 시뮬레이션 기술’을 응용해 만들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사용자는 컴퓨터 상에서 위치정보, 그룹 정보 등을 입력해서 DB를 구축한 후, 이 DB에서 필요한 동작을 골라 이어 붙이는 등 편집을 한다. 그 후 컴퓨터가 3만명이 넘는 대단위 동작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것이다.
또 영화에는 주연배우가 심하게 충격을 받는 격투신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동역학·모션캡처 기반 동작 시뮬레이션 기술’이 적용됐다. 2005년부터 개발이 진행돼 중천에 처음 적용됐다. 이 기술은 모션캡처 데이터로 추출한 동작에 외부의 힘이 가해질 때 생길 변화를 동역학적으로 분석해 컴퓨터 상에서 재현해 준다.
◇축적된 경험 빛나=‘해피 피트’는 3D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예고편에서 선보였듯 이 영화의 압권은 광활한 남극대륙에서 수십만 마리의 펭귄들이 군무를 추는 장면. 이 장면은 모션 캡처, 호드(Horde), 바둑판 지형 어댑테이션의 세 가지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이 중 호드는 수많은 펭귄이 동시에 춤을 추지만 각자 다른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도입된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는 바둑판 모양으로 나뉜 무대에서 실제 댄서들이 각각의 점에서 춤을 추면 그 동작을 무작위로 골라 조합한다.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30∼40개의 모션 캡처만으로도 50만개의 동작 복제가 가능하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등장하는 수십 개의 전시품과 원숭이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 등이 CG로 만들어진 작품. 살아서 움직이는 공룡 화석의 움직임은 강아지 등 다양한 동물의 움직임을 따서 모션 캡처를 이용해 합성했다. 손톱만한 크기의 미니어처 인형들이 주인공을 공격하는 장면은 89개의 모형을 만든 후 이를 수백 개로 복제해 제작됐다. ‘나니아 연대기’의 덴 델리우와 ‘반지의 제왕’의 짐 라이기엘이 CG의 수준을 과시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6년 12월 21일 개봉 영화 3편 제작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