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포츠에나 ‘무관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비운의 스타들이 있게 마련이다. e스포츠 ‘워크래프트 3(워3)’ 종목에도 무관의 제왕이 있다. 현재 가장 가파른 상승세에 있다고 평가 받고 있는 ‘거미 대마왕’ 김동문 선수(이스트로)가 바로 그 주인공. 김 선수는 각종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없는 그야말로 비운의 스타다. 특히 IEF, WEG, CKCG 등 국제대회 결승전에서 뼈 아픈 패배를 경험하며 준우승에 그쳤던 것만 4번이다. 이랬던 그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달 국내 프로팀 이스트로에 입단, 현재 국내 유일의 프로팀 소속 ‘워3’ 선수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더 없이 기쁩니다. 이제 제 목표를 위해서 끝없이 정진하는 일만 남았죠.” 안정된 훈련 환경 덕분인지 차분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김 선수에게서 강한 도전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 마니아서 프로로 변신 국내에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처음 게임을 접하게 되는 곳은 PC방이다. 김 선수도 ‘워3’라는 게임을 PC방에서 처음 접했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초반부터 긴장감이 계속 유지되는 게임이지만 ‘워 3’는 경기를 진행하면서 점점 긴장감이 더해지는 종목입니다. 때문에 후반 부엔 ‘스타크래프트’보다 더 큰 짜릿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 김 선수는 이러한 ‘워3’의 매력에 반해 곧바로 마니아가 됐고 온게임넷에서 주최한 대회 출전을 계기로 프로게이머로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김 선수는 당시 출전한 대회에서 ‘예선 1차전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현재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상대가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황연택 선수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모든 리그 일정이 끝나고 황연택 선수가 건낸 위로의 한마디는 김 선수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황연택 선수가 저에게 ‘네가 가장 힘든 상대였다’고 말해줬습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더욱 열심히 훈련했죠.” 그리고 이제 그는 은퇴한 황연택 선수의 아성을 뛰어넘는 실력자가 됐다. # 비인기 종목의 설움 컸다 “처음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반대하셨던 부모님도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응원해 주셨습니다.” 김 선수는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겪는 부모님의 반대를 일찍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프로선수로 활동하면서 ‘워3’ 선수라는 점이 그에게 많은 시련을 안겨다줬다. ‘스타크래프트’ 일색의 한국 e스포츠 종목 편향성 때문이었다. 현재 김 선수를 제외한 모든 ‘워3’ 선수들은 소속이 없거나 대부분 외국 팀 소속으로 되어있다. 김 선수도 이스트로에 입단하기 전에는 스웨덴, 독일 등의 스폰을 받고 선수생활을 했다. “당시에는 팀의 일원이라는 생각보다는 외국 용병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는 현재 외국팀 소속의 ‘워3’ 선수들이 겪고 있을 고충을 대변해줬다. “e스포츠가 가장 발전한 모국에서 활동할 무대가 없다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죠.” “일단 우승이 목표 입니다.” 무관의 제왕답게 그의 첫 목표는 우승이었다. 현재 일정이 잡혀 있는 리그가 없어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김 선수는 내년 2월 경에 잡혀 있는 K-컵 대회를 향한 전의에 불타고 있었다. # 우승이 첫 욕심…반드시 이룰터 “우승 후에는 장재호나 마누엘 등 현존 최강이라 불리는 선수들보다 더 높은 곳에 서보일 것입니다.” 김 선수는 ‘워3’ 프로게이머로서 ‘워3’ 최고를 꿈꾸고 있었다. 이러한 목표는 그의 강한 승부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평소에는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인데 ‘워3’ 경기에서 지고 나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입니다.” 김 선수는 특히 요즘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인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과 함께 그들에게 만큼은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연습을 게을리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김동문’이란 이름 석자를 치면 배드민턴 선수가 가장 우선적으로 검색됩니다. 언젠가 그 선수보다 제 이름이 먼저 검색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며 장난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의 웃음 뒤엔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오랫동안 팬들에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이제 안정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김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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