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100년사, 알프레드 챈들러 지음, 한유진 옮김, 베리타스북스 펴냄, 2만원.
21세기는 ‘전자시대’다. 그리고 전자시대를 알아보는 것은 한 편의 역사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다. 20세기 말까지 유럽의 어떤 기업도 가전 제품이나 컴퓨터 하드웨어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한 적이 없었다. 또 미국의 어떤 기업도 새로운 가전 기술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선도적인 네 기업들이 출현해 세계를 제패했다.
‘전자산업 100년사’는 파이어니어였던 미국 RCA를 누르고 일본 기업들이 제패한 라디오, TV, 음향 가전 등 소비자 가전 산업과 IBM,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이 선두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던 IT산업을 역사학자의 큰 붓으로 그려내고 있다. RCA가 핵심기술 라이선싱을 통해 일본 기업들을 키워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판 일 그리고 일본 기업들이 기술 습득은 물론이고 경영 프로세스와 마케팅을 포함해 통합적인 역량을 키워 결국 소비자 가전 산업을 지배하기까지 생생한 이야기가 이 책에 녹아 있다.
이 책의 저자 알프레드 챈들러 교수는 이른바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한 기업들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이용해 신규 진입자들의 경쟁을 차단하는 전략을 쓴 과정을 보여준다. 또 IT산업에서는 일본·유럽 기업들의 거듭된 도전에도 미국 기업들이 어떻게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이야기 중심으로 쉽게 쓴 이 책은 일반 독자가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고 20세기 인류문명을 꽃피운 전자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 기업 중심으로 쓰여져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을 상세히 다루지 않고 있는 점과 좀 더 많은 역사적 배경이나 뒷이야기가 담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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