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어디까지…부품·장비업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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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경신되는 엔저로 일본과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부품·장비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원부자재의 가격도 그만큼 하락, 부분적으로나마 완충작용을 해주고 있는 게 위안인 편이다.

◇직격탄 맞은 업계=LG전자·삼성SDI 등 PDP 업체들은 마쓰시타가 엔저를 기회로 지난 달부터 42인치 패널 판매가격을 100∼200달러 가량 인하,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판매량은 물론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마쓰시타의 공세로 지난 3분기까지 3%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 사업이 4분기에는 4%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 PDP 분야도 지난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박학준 LG전자 상무는 “일본 업체의 판가하락 공세를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원가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해외 수출도 일본 업체의 엔저 공세로 차질을 빚고 있다. 케이씨텍 피에스케이 등 대만 수출하는 장비업체들은 대만시장에 일년 가까이 공을 들여왔으나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어려움 겪고 있다. 대만 시장은 일본 장비업계와 치열하게 경쟁하는데다 거래 화폐가 엔으로 고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일본 영향력이 큰 시장이다.허광호 에이디피엔지니어링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장비가 동급 일본 장비보다 가격이 20% 가량 저렴해 가격경쟁력을 가졌지만, 엔저로 가격격차가 사라지면서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20∼30% 급감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결제 기축통화가 엔화인 편광판, 전지 등 일부 부품 소재 분야는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일본업체와의 더욱 힘든 경쟁을 하고 있다. 편광판이나 전지 등은 엔화 결제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 전자정보소재 사업 부문에서만 엔화 약세로 영업이익이 5% 가까이 감소했으며 4분기에도 엔화 약세로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2차 전지 부문은 최근 세계 1, 2위 업체인 산요와 소니의 잇따른 리콜로 인한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최대 호기를 맞았음에도 엔저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주전자재료 등은 일본 업체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최근 가격을 90% 수준으로 낮추었다.

◇원가 절감엔 그나마 도움=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생산업체인 신화인터텍은 최근 엔화환율 하락으로 일본과 국내업체로부터 5대 5의 비율로 구매해온 필름 원재료 구매 비중을 바꿔 8대 2 정도로 일본 물량을 크게 늘렸다. 이 회사는 환율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지만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음. 장비업체도 원자재의 경우 상대적으로 싸게 들여올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