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꿈의 신소재` 새 지평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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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홍순형 교수(왼쪽 두 번째) 연구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CNT/구리 복합재료 제조공정

 ‘금속보다 강하고 세라믹보다 파괴 인성이 크며 고분자보다도 우수한 전기전도도.’

 ‘로봇·자동차·항공기·인공위성 등 첨단 분야에 적용하면 수명을 향상시키고 무게를 줄여 연료 및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소재.’

 탄소나노튜브 나노복합재료를 두고 이르는 설명이다. 전자방출원으로 이용한 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가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선명도가 뛰어나고 전력소모가 적고 휘어지는, 수명이 긴 디스플레이 장치도 실용화할 수 있다. 또 연료전지의 에너지 저장소재나 2차전지와 슈퍼커패시터의 전극소재로 사용되면 에너지 소재분야의 혁신을 일으켜 기존 내연기관이 지배하던 사회를 수소사회 또는 신개념 에너지 사회로 변화시키는 촉매역할을 하게 된다. 도료나 코팅재로 사용했을 경우는 전자파차폐, 난연성 등의 특성을 부여해 고부가가치의 부품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원천기술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AIST 복합재료연구실의 홍순영 교수팀이다.

 ◇어떻게 개발했나=어떻게 하면 탄소나노튜브를 갖고 금속, 세라믹 혹은 고분자 기지재료 내에 분산·혼합해 신기능 나노복합재료를 만들 수 있을까.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가 서로 응집되는 기존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나노튜브의 표면을 화학 처리를 하고 이를 기지이온과 분자수준에서 결합시킴으로써 탄소나노튜브가 기지 내에 균일하게 분산된 나노복합재료를 제조하는 독창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개발을 통해 최대 걸림돌이었던 불균질 분산과 응집 문제가 해결됐고 탄소나노튜브의 우수한 강도와 열 및 전기전도도, 전계방출 특성을 이용한 나노복합재료 신소재를 제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확보됐다.

 이번에 개발된 공정으로 제조된 탄소나노튜브/구리 나노복합재료의 경우 탄소나노튜브를 약 2% 분산시켰을 때 구리에 비해 강도는 2배 이상, 탄성계수는 1.6배 이상 향상됐다. 내마모 성능도 약 3배 이상 개선돼 획기적인 물성 향상이 확인됐다. 고강도, 고탄성, 내마모 구조용 소재로 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공정은 대부분의 금속, 세라믹, 고분자 등 다양한 소재에 적용할 수 있고 탄소나노튜브/알루미나 나노복합재료의 경우 탄소나노튜브를 0.5% 분산시킴에 따라 알루미나에 비해 경도 10% 향상과 동시에 파괴 인성이 50% 이상 향상되는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파급 효과=이 기술을 이용해 기존 소재 내에 탄소나노튜브를 소량 분산시키면 특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갖는 다양한 첨단 부품소재 개발이 가능하다. 이 기술에 의해 제조되는 탄소나노튜브 나노복합재료는 고강도 내마모 기계 부품소재, 연료전지 및 2차전지 전극소재, 디스플레이 소재, 전자파 차폐소재 등 폭넓은 응용이 가능해 경제적 가치도 작지 않다.

 올해를 기준으로 한 주요 응용분야의 세계시장 규모는 디스플레이 에미터 소재가 10억달러(연평균 성장률 11.2%)에 이르고 연료전지·2차전지 전극소재는 8억달러(연평균 성장률 7.2%), 고강도·내마모 부품소재는 28억달러(연평균 성장률 10.8%)에 이른다.

 ◇상용화 계획=연구성과 중 일부 기술인 탄소나노튜브 나노복합분말소재 제조 기술은 유망 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에 기술을 이전, 실용화 추진 단계에 있다. 바이오니아는 기술 이전받은 탄소나노튜브·금속 나노복합분말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공정기술을 갖춰 나노복합분말소재를 대량 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을 관련 부품소재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개발된 탄소나노튜브·금속 나노복합분말을 차세대 전계방출에미터소재, 고강도·내마모 기계부품소재, 연료전지 전극소재 및 전자기파 차폐소재 등 다양한 응용을 목표로 용도 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etnews.co.kr

◆탄소나노튜브 나노복합재료 세계 수준은 

 미국에서는 라이스대학과 RPI대학을 중심으로 탄소나노튜브·고분자 나노복합재료의 연구가 시작됐다. 최근에는 MIT, UC-데이비스, 칼테크 등을 중심으로 탄소나노튜브와 금속·세라믹·고분자 등의 나노수준 어셈블리를 하는 원천기술 개발과 이를 이용한 에너지 및 반도체 신소재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는 옥스퍼드대(영국)·막스플랭크연구소(독일)·스위스연방공과대학(EPFL)이, 일본에서는 도쿄대를 중심으로 탄소나노튜브의 물리·화학적 구조와 특성 연구를 통한 핵심기술의 특허화에 주력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탄소나노튜브 나노복합재료를 광전지와 신광원으로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가 전략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90년대 중반부터 한양대·성균관대 등을 중심으로 탄소나노튜브 자체의 합성 및 제어공정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일진나노텍 등이 서울대와 산·학협력을 통해 반도체와 메모리 및 전계방출 디스플레이소자 등 전자소자분야에서의 응용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표준과학연구원 및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에서 수소저장소재와 전계방출 디스플레이 소재로서 탄소나노튜브·금속, 고분자 나노복합재료의 응용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나노복합재료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30∼40%로 초기단계에 있다”며 “앞으로 신기술·신시장 창출에 의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나노복합재료 분야에 대한 집중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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