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IPTV 표준화 주도는 미국식 기술을 대거 채택한 우리나라를 고립무원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 통신사업자조차 유럽 DVB 방식 IPTV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마당에 우리만 고독한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IPTV 상용서비스를 앞당겨 표준화 경쟁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과 함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유럽 방식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IPTV 상용화를 두고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법·제도나 부처 갈등도 새삼 도마에 올랐다.
◇왜 유럽 표준이 힘을 얻나=대적할 만한 세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디지털방송 표준 주도권 다툼에 나섰던 미국도 IPTV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서비스 상용화가 늦었기 때문에 잃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IPTV 표준은 사실 별것이 아니다. 기존 디지털방송 표준인 DVB 플랫폼에다 IP망 연동규격인 DVB-IP를 묶은 개념이다. DVB가 모바일 환경에 강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화질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상용서비스가 상당 부분 진척된 점에서 힘을 얻었다. 이미 유럽은 프랑스·독일 등 대부분 국가에서 IPTV 상용서비스를 추진했다. 가입자도 300만명을 웃돈다. 2010년까지 1700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HD급 고화질을 구현하지 못하는 약점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 통신사업자연합회(ATIS)가 유럽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망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다 서둘러 상용서비스를 진행하려면 이미 검증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 있나=IPTV 표준화 작업은 진행형이다. 초안이 나오는 내년 7월까지 세 차례 회의를 더 거쳐야 한다. 따라서 지금 유럽이 힘을 얻는다고 해서 바로 표준안으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구도대로 간다면 유럽 방식 채택이 유력하다. 디지털방송에서 미국식을 채택한 우리나라는 이달 시작한 IPTV 서비스도 ATSC 방식으로 추진한다. 유럽식이 표준으로 채택된다면 우리나라 사용자는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셋톱박스 등 장비업체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최준균 ICU 교수는 “표준이 유럽식으로 정해진다고 해도 IPTV에서 우리나라 지상파방송을 받으려면 셋톱박스에 ATSC 칩을 내장해야 한다”며 “수출을 해야 하는 셋톱박스 업체가 내수시장을 위해 두 칩을 셋톱박스 하나에 내장하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따라서 셋톱박스 업체가 내수용 시장을 포기하게 되면 국내 IPTV 사업자의 서비스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두 칩을 지원하는 셋톱박스를 국내에 출시하더라도 국가 간 제품 가격 차이에 따른 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책은=지금이라도 IPTV 표준 작업에 적극 개입해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만큼 내년 1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3차 회의가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3차 회의에서 상당부분 윤곽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내년 4월 4차 회의는 이미 늦다는 것이다. 정통부도 이를 인정하고 다음달까지 제안표준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모바일, 망 제어, 네트워크 구조, 셋톱박스 접속, 멀티캐스팅 등 기술을 중심으로 3차 회의 때 표준안을 강력하게 제안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IPTV 상용서비스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시범서비스를 제대로 끝내고 상용서비스가 속도 있게 진행된다면 내년 IPTV 포커스그룹 회의 때 상당히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럽식 표준안의 면밀한 연구와 대응방안 검토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보험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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