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 부품소재 업체들의 매출이 속속 1조원의 벽을 돌파하고 있다. 지난 2000년만 해도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 기업은 삼성전기 등 한두 업체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적지 않은 기업이 1조원의 매출을 돌파했거나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전자 부품소재 업체들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완제품(세트) 기업이 국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휴대폰·LCD·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호령한다. 이러한 세계적 기업에 관련 부품이나 소재를 납품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높아졌고 매출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국내 부품이나 소재는 품질 및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이제 세계 수준에 올랐다”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국내 업체라도 납품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말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급성장한 기업의 상당수가 특정기업 매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구매처의 희비에 따라 실적이 정해질 수밖에 없고 완제품 기업에서도 ‘구매의 예술’을 구현하는 게 어려울 듯싶다. 최근에 부품기업들의 경영설명회 자료를 보면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내용을 유난히 강조한다. 이른바 ‘삼성리스크’ ‘LG리스크’를 낮추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초 국내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중핵기업’을 300개 이상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핵기업 기준은 매출 2000억원 이상, 수출 1억달러 이상을 달성하고 특정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지 않아야 한다. 매출 의존도를 언급한 것은 특정 기업과의 종속적 관계를 끊어야만 세계적인 부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기준을 감안하면 최근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부품소재 기업 상당수가 ‘중핵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심하게 말하면 하도급 기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적인 부품소재 기업이 되고 싶은가. 해외로 나가라. 세트기업도 협력업체를 자신의 품에 두기보다는 해외로 보내야 한다. 사자도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뜨리지 않는가.
유형준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hjyoo@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청사 나서는 한덕수 총리
-
2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굳게 닫힌 국무회의실
-
3
'尹 계엄 해제'에… 與 “국방부 장관 해임” 野 “즉시 하야”
-
4
尹, 6시간만에 계엄 해제…'탄핵·책임론' 뇌관으로
-
5
“딸과 서로 뺌 때려”...트럼프 교육부 장관 후보 '막장 교육'?
-
6
한총리 “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에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섬길것…내각 소임 다해달라”
-
7
尹 비상계엄 선포...“국가 정상화 시킬 것”
-
8
국회 도착한 박지원 의원
-
9
尹 대통령, 비상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임명
-
10
尹 계엄령, 150분만에 본회의 의결로 종료…계엄군 철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