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영화를 만든다 `­디지털액터 기술`

 일반인이 PC를 활용해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는 시대도 그리 머지않은 것 같다.

 우리가 모르고 넘어가는 영화장면에도 컴퓨터그래픽(CG)에 의해 탄생된 디지털 배우들이 영화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상의 디지털 영상은 실제 배우와 구분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상의 물체도 만들어낼 수 있다. 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CG기술에서 우리나라는 해외 블럭버스터에 등장하는 기술과 비교, 동등하거나 일부에서는 오히려 앞선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액터 연구팀(팀장 이인호)은 국내 영화 CG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여준다. 디지털액터는 3차원 컴퓨터그래픽(CG)기술로 제작돼 극장용 영화콘텐츠에 출연이 가능할 정도의 고해상도를 가진 가상배우다. 무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꽃미남 배우가 최고의 액션배우가 될 수 있고 이미 고인이 된 명배우를 최신 영화 작품에 출연시킬 수도 있다. 구름이나 번개, 건물, 자연환경 등도 CG를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이런 CG기술의 발전은 향후 배우나 소품 없이도 영화 한편을 총제작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관련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이 더 편리해지면 아마추어들도 다양한 CG를 통해 영화 한 편을 직접 제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디지털 액터의 핵심은 여러 기초기술의 융합 능력으로 요약된다.

 이인호 팀장은 “CG기술은 자연과학이나 공학들을 기반으로 한 응용학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응용을 필요로 한다”며 “원천까지 내려가면 수학이나 물리 등의 자연과학에서부터 3차원 비전, 이미지프로세싱, 로봇공학, 유체나 동역학, 광학과 의학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3차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델링·동역학·유체역학 등에 기반을 둔 동작 제어 시스템과 얼굴표정·옷·머리카락 등의 애니메이션 구현기술이 필요하다. 질감을 내기 위한 피부 조작기술, 빛의 조건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조명 구현기술 등도 필요하다. 2차원 영상에서 3차원 카메라의 위치를 추적하는 카메라 트래킹 기술 및 원하는 영상 일부분을 삭제하는 로토스코핑 기술 등도 필요하다.

 현재 영화 그래픽 관련 기술은 전체의 70% 정도를 미국에서, 나머지 20%는 유럽, 나머지 10% 정도는 그외 국가에서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개발하고 연구해야 할 분야는 무수히 많다는 평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CG 비용은 영화 한 편에 보통 800만달러가 투입된다. 우리나라는 실제와 같은 디지털 배우를 제작하는 기술에서는 상대적으로 앞서 있지만 다른 분야, 특히 큰 대작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인호 팀장은 “국가서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장기적인 국가의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것은 큰 기회 요인”이라며 “다만 국내 영화제작 환경에서 할리우드 영화처럼 많은 CG가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국내 CG기술의 무한한 도전을 위해 넘어야 할 부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etnews.co.kr

◆영화속의 디지털배우 찾기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배우 엄정화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사실 대역배우가 연기한 것이다. ETRI 디지털액터팀이 배우의 얼굴만을 엄정화씨로 바꾼 경우다. 영화 ‘한반도’에 나오는 함정의 모습은 실제 촬영분이 아니라 미리 찍어놓은 배경화면에 배의 모형을 정밀하게 합성해서 완성된 장면이다. 이처럼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장면에서 CG가 활용되고 있다. CG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들의 역할이 조용히 묻히는 것에 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보통 영화배우들은 자신과 같은 가짜를 제작한다는 것에 부담을 갖기 쉽다. 그 이유는 자신의 원래 이미지에서 벗어난, 그릇된 CG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만으로도 실제 배우와 디지털 배우를 구분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단계다.

 영화 ‘괴물’에 출연하는 괴물 역시 실존하지 않는 디지털액터 가운데 하나다. ‘괴물’의 CG작업은 미국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거쳤다. 또 개그맨 출신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에 출연하게 된 이무기도 한국형 CG로 큰 호평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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