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지난 9월 시범 운영을 시작한 공공구매론 제도가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공공구매론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업체가 계약서를 담보로 저리의 생산자금을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 지원제도로 한국전력, 대한주택공사 등 6개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4개사가 시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에 맞물려 대출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은행과 중소기업청 사이에 대출금 반환 시스템, 상품 설계 등에 관한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일부 은행은 공공구매론 사업 포기까지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좌초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월 중기청과 공공구매론 시범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6개 시중은행 중 기업·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현재 네트워크론 사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들 은행 측에서는 대출금 상환에 대한 구체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네트워크론 사업 추진을 망설이고 있다.
은행이 중소기업에 자금 지원을 해준 다음 공공기관에서 은행으로 자금을 입금하는 과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 대출금 상환이 약속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을 안고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중기청에서 은행에 요구하는 2∼4%의 낮은 금리도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은행에서는 중기청에서 요구하는 금리 수준으로는 상품을 설계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통합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며 “중기청에서 은행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사업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공구매론 상품개발을 완료한 기업·우리은행도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공구매론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기업데이터와 공공기관, 은행, 납품업체 사이에 전산 연결이 안 돼 현재 모든 업무를 수기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각 기관 사이에 정보 공유가 안 돼 사업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해 은행과 협의해 나가고 있다”면서 “이달 말부터는 정상적으로 사업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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