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상품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한국기술거래소의 거래 실적이 갈수록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설립 첫해만 해도 68건에 이르던 기술거래소의 거래 실적이 3년 동안 연간 30∼40건에 이르렀으나 작년에는 20건에 그칠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 10월 말 현재까지 기술 거래실적은 단 4건에 뿐이라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공공연구기관이나 대학이 연간 600∼900건씩 기술이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기술거래소라는 명칭이나 설립목적에 걸맞은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것도 매주 목요일마다 기술이전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본다. 기술거래소의 기술거래 체계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와 함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기술거래소의 거래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기술거래소 측의 말대로 대학과 출연연구소가 자체 조직을 만들어 기술을 이전하는 등 기술거래 환경이 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또 기술거래소의 중점업무가 기술이전이라기보다는 기술사업화 등 인프라 조성에 있다는 항변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기술거래소가 현재 기술이전 기구 지원과 기술사업화에 예산을 집중 배정한 것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기술거래소가 기술이전을 비롯한 기술거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술거래소의 설립 목적이 기술거래를 통해 대학·연구소 등에서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도 기술거래소는 올해 초 그동안 핵심부서 역할을 해온 기술거래실을 폐지, 순수 기술거래 역할을 축소했다. 사실상 이때부터 지금과 같은 기술거래 위축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견됐다.
기술거래소가 중점을 두고 있는 기술사업화도 기술이전 건수가 많아야 활성화될 수 있고 또 기술을 정확히 평가하고 중개한 곳에서 지원해야 효율성이 높다. 기술이전과 기술사업화는 떨어질 수 없는 사안이다. 그만큼 기술거래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은 기술거래소 업무에 문제가 있거나 기술이전 설명회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문제점이 뭔지 따져보고 정부가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그나마 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기술이전을 비롯한 기술거래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기술사업화도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힘들게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필요한 곳에 활용되고 사업화될 때 우리의 기술수준이 올라가고 산업경쟁력 또한 높아질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기술이전에 따른 사후관리로 사업화를 위한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개발기술을 상품화하거나 사업화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이 오히려 연구개발(R&D)에 드는 것보다 더 많고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거래 기관이 환경이 변했다고 당초 설립 목적과 달리 그것도 민간에서 담당해야 할 기술금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신중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기술수요를 창출할 기관이 생존을 위한 방향으로 변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다. 그러나 원래의 역할을 소홀히 하거나 설립목적과 무관한 방향으로 사업을 펼칠 경우 기관의 존립근거가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거래소가 담당해야 할 효율적인 기술거래나 사업화가 실패하는 경우 기업이나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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