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게임등위 출범부터 삐끄덕

새로운 게임등급분류 전담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기만·이하 게임등위)가 30일 오전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게임산업진흥법이 29일 공식 발효됨에 따라 게임등위는 기존 영등위를 대체해 게임심의 등 관련 업무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러나, 이날 출범한 게임등위는 당초 기대와 달리 위원 위촉에서부터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결코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했다. 업계에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영등위가 상당기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터라 심의 계류중인 게임이 산더머처럼 쌓여있다.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신작들이 줄줄이 신청할 경우 자칫 심의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1기 게임등위호는 당찬 출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영등위를 대신할 게임등위 출범을 목빠지게 기다려왔던 게임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이 더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게임 서비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심의와 등급분류라는 중책을 담당하는 게임등위가 업무도 제대로 하기 전부터 도마위에 오른 셈이다. # 형평성 잃은 위원 선임

게임등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위원 선임이 지나켬 시민단체와 정치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문화부는 당초 10여개 추천기관을 지정,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고 균형감 있는 위원 선임을 약속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산업계를 대변하는 게임산업협회와 게임산업개발원만 철저히 배제됐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게임업계를 대변할 만한 위원이 전무한 것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너무 실망스러운 인선이다. 게임등위를 만들게 된 취지인 산업육성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추가되는 위원에는 반드시 업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인선돼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위원의 기본적인 자격기준인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이번에 위촉된 9명의 위원 중 도대체 몇명이나 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게임등위 설립을 논의하는 초기부터 산업을 이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사람도 위원으로 포함하겠다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긴 꼴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원들의 경우 산업적 시각이나 전문성 등이 전혀 부재한데도 불구하고 위촉시킨 것은 게임주무부처를 자처하는 문화부가 규제만 생각할 뿐 정작 산업 육성 의지가 전무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문화부측은 이에 대해 선정성, 폭력성 및 사행성 등을 건전한 상식과 공정성·투명성 및 도덕성을 갖고서 등급분류를 할 수 있는 인사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 구현을 모토로 내건 문화부가 산업체 인사를 배제한 것은 어떤말로도 설득력이 약하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행정 공백 장기화 우려

게임등위 조직 구성 지연에 따라 영등위 시절부터 적체된 심의 업무가 더욱 폭증, 행정 공백이 우려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30일 출범한 게임등위는 출범과 함께 게임심의 업무를 시작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더군다나 조직이 출범을 공식화하기 이전에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미리 죄해 보지 못했다는 점에 업체들은 우려를 표방하고 있다.

적어도 한달 전에 조직 구성과 관련 시스템이 완비돼야 출범 이후 곧바로 안정적으로 심의 및 등급분류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당초 예정보다 상당히 늦어진 탓이다. 문화부는 실제 바다이야기 사태 당시 영등위가 도마 위에 오르자 게임등위를 조기 발족하겠다는 공표를 한 바 있다.

특히 게임등위의 원활한 운영에 필수적인 사무직 직원들의 채용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늦어져 업계의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문화부는 게임등위 사무국의 일반직원 구성도 출범 직전까지 완료하지 못하는 등 심한 행정 난맥상을 드러냈다.  이에따라 겨울 대목을 앞두고 심의 신청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행정 업무까지 마비돼 심의 업무가 올스톱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영등위 당시 적체된 게임물을 심의하는데만도 어림잡아도 한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때문에 최근 출시된 게임물의 심의는 언제 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행정공황 상태는 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체 한 관계자는 게임등위가 출범했지만 행정공황이 생겨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업계 자율심의가 대안

1기 위원들의 전문성 문제와 심의 적체 현상이 발등의 불로 떠오르면서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단순 패치 심의를 업계 자율심의로 이관하는 것이다.

심의 건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단순 패치 심의를 게임산업협회 등 유관기관으로 이관함으로써 적체를 해소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 기존 영등위에 적체된 심의물들 중 온라인게임의 경우 대부분 패치심의를 받기 위한 게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패치 자율심의는 올초까지만해도 영등위와 게임산업협회간의 이견 조율을 마친 상황이었으나 올여름 바다이야기 사태 발발로 시민단체들의 심의 기준 강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태다.

따라서 문화부와 게임등위측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 자율심의를 실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의 단순 패치심의까지 게임등위를 거치는 것은 행정의 낭비”라며 가이드라인만 분명히 두고 실시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협회 등 유관기관으로 넘겨도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게임등위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규제와 진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정부 당국과 게임등위측의 산업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업계에선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만약 게임등위 위원이 추가 위촉된다면 업계 입장을 대변할 사람이 최소한 1∼2명은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게임등위가 규제기관으로서 계속 업계의 발목을 잡으며 게임강국 구현의 아킬레스건이 될 지, 아니면 건전게임문화 조성과 게임산업 육성의 주춧돌 역할을 할 지 선택은 여전히 문화부와 게임등위의 몫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명단

성명 주요경력 추천기관

김기만 전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류정선 전 제주지방경찰청장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오윤경 법무법인 화현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유현숙 학부모정보감시단 기획부장 학부모정보감시단

정동배 한국게임학회 상임이사 한국게임학회

최성희 연합뉴스 기획위원 한국언론재단

홍태식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교원단체총연합회

황이남 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위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게임등위 출범 일지

일시 내용

03.11 문화부 게임산업진흥중장기계획에 게임등위 설립 포함

04.5 문화부 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입법 추진 발표

04.9 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 개최

05.3 입법 공청회에서 게임물 등급분류업무 영등위에서 분리 방침 확정

06.1 문화부장관과 업계 정책간담회 개최

06.2 게임물등급위원회 설립 착수

06.4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국회 본회의 통과 및 공표

06.6 문화부, 게임물등급위원회 및 등급분류 규정 추진 계획 발표

06.7 게임물등급위원회 규정 공청회

06.9 문화부,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 추천 의뢰

06.10월30일 게임물등급위원회 출범  

   

안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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