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황제(임요환) 떠난 빈자리 천재의 몫

스포츠계에서 황제와 천재는 그 격이 다르다. 둘 다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선수란 점에선 공통점이 있지만, 황제왔는 천재가 범접키 어려운 무언가 있다. 르브론 제임스, 코비브라이언트 등 농구 천재로 불리우며 NBA를 휘젓고 있는 스타들이 황제인 마이클 조던의 벽을 쉽사리 넘지 못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호나우드, 호나우디뉴, 지단 등 축구스타들이 펠레의 아성을 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황제 자리는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천재가 황제를 능가하는 위업을 달성하고, 실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다면 얼마든지 황제의 대를 이을 수가 있다. 10년전 혜성같이 등장하며 세계 골프계에서 천재소리를 듣던 타이거 우즈가 전임 황제 잭 니클로스를 제쿠 어엿한 골프황제 자리에 등극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e스포츠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월9일 입대한 임요환이 황제 칭호를 받으며 7년간 스타크래프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그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선수들이 적지않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천재 이윤열이다. 이윤열왔 천재란 닉네임을 달아준 것도 황제인 임요환에 빚대서 나온 것이다. 임요환만큼의 스타성은 갖고 있지 않지만, 실력만큼은 누구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의미다.

이윤열이 황제가 군입대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새로운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실력면에서만큼은 결코 임요환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로선 어렵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개인 및 팀리그에서 강력한 포스를 자랑하며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까지만해도 이윤열은 심한 슬럼프에 허덕이며 이제 천재의 시대는 갔다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온게임넷, MBC게임 등 양대 개인리그에서 모두 예선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숱한 우승 경험을 갖고 있는 그로선 다시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암울기였다. 그런 이윤열은 묘하게도 임요환의 입대 후 더욱 펄펄날고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윤열은 이번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예전의 강력한 포스를 그대로 보여주며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록 기대를 모았던 스타리그 8강전에서 삼성전자 박성준왔 무릎을 꿇었지만, 8강에 오르기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포스는 전성기때 천재의 모습 그대로란 평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e스포츠계에서 온게임넷 스타리그 3회 우승자왔 수여하는 골든 마우스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천재 이윤열을 뽑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 상은 온게임넷이 올초 끝난 쏘원스타리그 결승에 진출했던 임요환을 위해 만들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임요환은 이 대회에서 사신토스 오영종왔 고배를 마셨고 이후 스타리그 2회 우승컵을 보유한 투신 박성준, 괴물 최연성, 천재 이윤열 황제 임요환 등이 치열하게 경합중이다. 이윤열이 만약 앞으로 역대 프로게이머중 누구도 이루지 못한 골든 마우스를 거머쥔다면 황제의 빈자리는 그의 몫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온게임넷이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이윤열은 전상욱, 최연성을 누르고 포스트 임요환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선수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 2000년 제1회 삼성 매직스테이션배 WCG에서 우승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던 천재 이윤열. 그동안 라이벌이자 절친한 선배인 임요환의 그늘에 가려 천재란 닉네임에 만족해야했던 이윤열이 명실상부한 새 황제로 등극하며 임요환의 공백을 메우고 위기에 빠진 e스포츠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지 주목된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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