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국감 결산]북핵, 정책이슈 잠재웠다

 2006년도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북핵 사태로 일정 자체가 이틀씩 연기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북핵’이 모든 정책 이슈를 잠재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산업자원위원회 등은 모두 북풍을 비켜가지 못했다. 문화관광위원회의 ‘바다이야기’에 대한 추궁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다만 정무위원회에서만 통신사업자 CEO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통신요금 담합 의혹에 답하는 성과를 냈다.

 ◇과학기술부, 처음부터 끝까지 북핵=과기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감은 인공지진(핵실험) 진앙을 잘못 추정한 뒤 세 차례에 걸쳐 수정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운용하는 지구 관측위성 아리랑 2호를 통해 최종 추정 진앙 사진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좌표(위치)를 ‘안보상 이유’로 밝히지 않아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원칙 없는 인사, 예산 운용, 사업 집행 등을 질타하거나 과기부 산하 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꼬집는 의원들의 목소리도 북한 핵실험 파문에 묻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강성종 의원(열린우리당)이 지구 관측위성 아리랑 2호가 북한 핵실험이 있기 전후인 지난달 3∼9일 사이에 의심 지역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은 지난달 9일 첫 핵실험 진앙을 ‘동해’로 잘못 짚은 것을 밝혀, 북한 핵실험을 처음 감지한 것으로 전해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천국에서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정보통신부, 북풍이 통신요금 잠재워=이동통신 기본료, 문자서비스(SMS), 발신자표시(CID) 요금 인하는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였다.

 올해는 인터넷상의 북한 관련 사이트 문제와 ‘간첩단 사건’의 핵심인 장민호씨가 과거 정통부 산하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드러나 북풍이 정통부 국감을 지배했다. 정통부 국감은 이처럼 북풍에 묻혔지만 대다수 의원은 공통적으로 유효경쟁 정책, 요금 인가제 등의 현재 통신 규제체계 변화를 요구한 것도 특징이다.

 주목을 받은 의원 가운데 김태환 의원(한나라당)은 정통부 산하 위원회의 유명무실을 지적하고 직원들의 음주운전 과징금을 분석하는 등 정통부 기강을 문제삼아 간부들이 곤욕을 치렀다.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은 군 입대자의 전파이용료 면제를 정통부 장관으로부터 얻어내 유일하게 ‘성과’를 보였다. 서상기 의원(한나라당)도 공인인증서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하는 등 이슈 선점에서 돋보였다.

 ◇산업자원부도 ‘북핵’=산자부에서는 개성공단의 존속 여부까지 도마에 올라 입주업체의 보상에 따른 이야기까지 거론됐다.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북한 군부에 유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대북 경협사업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와 함께 특허 기술 이전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기술 거래율이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외국인 투자와 정부의 R&D 자금 지원 등이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돼 참여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정책에 대한 실효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한나라당)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대북 경제 협력을 연이어 제기, 군계일학이었다. 한국전력 국감에선 한전이 개성공단 전력 공급 사업으로 290만달러 규모의 적자를 봤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등 산자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정책 이슈 제안 및 정책 점검을 많이 하는 의원으로 꼽혀왔다.

 ◇‘바다’ 근처에만 간 문화관광부=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문제로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던 문화관광위원회의 문화관광부에 대한 국감은 의외로 싱겁게 마감됐다.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워낙 많은 의혹이 공개된 탓인지 이번 국감에서는 새롭게 밝혀진 것은 거의 전무했다.

 여야 의원은 모두 문화부에 대해 사행성 게임 대책이 실패했음을 따졌지만 문화부는 ‘정책 실패로 결론 내리기에는 이르다’며 버티기로 나섰다. 또 의원들의 준비 부족으로 증인을 출석시켜 놓고 한마디도 묻지 않는 해프닝을 연출하는 등 ‘옥에 티’가 드러나기도 했다.

 국감 막판에는 백성학 경인TV 회장의 ‘스파이설’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은용·권상희·김승규·손재권 eylee·shkwon·seung·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