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출이 2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IT 수출액은 지난 9월 107억2000만달러를 달성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10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거의 모든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출이 버텨주고 있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11.5%나 증가한 282억8000만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40%에 가까운 것으로 IT산업이 국내 수출을 주도하고 있음을 재확인해 준다.
더욱이 지난달 IT 부문 무역수지는 52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시현했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 25억40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따지고 보면 IT 수출로 돈을 벌어와 다른 산업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이는 IT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는 것이다. IT제품 수출의 호조는 두말할 것 없이 국산품이 해외 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연말 특수에 대비한 전자부품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 등의 수출이 20∼37%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체되거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와 함께 우리 IT 수출을 견인해왔던 휴대폰은 신제품 출시에도 오히려 5.8%가 감소했다. 물론 정부의 분석처럼 작년 같은 달의 높은 수출증가율에 따른 통계적 반락 효과와 해외 생산확대에 따른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반등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디스플레이 패널이나 디지털TV 수출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이후 두 자릿수의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오던 IT 전체 수출 신장률도 4분기가 시작되는 지난달 8.3% 증가에 그칠 정도로 크게 둔화됐다. 매년 4분기에는 수출신장률이 두 자릿수 이상이고 갈수록 신장 폭이 컸던 것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IT 수출이 둔화된다는 것은 곧바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 둔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대외여건은 더 큰 걱정거리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급속한 지역 블록화 진행 등 대외 요건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원·달러 환율 930원대 진입, 원·엔 환율 800원대 붕괴에 이어 위안화 절상 가능성마저 겹친 ‘환율 3중고’로 인해 수출환경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엔화 약세는 우리 IT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고, 달러화 약세는 채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해외에서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은 휴대폰이나 디지털TV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나머지 제품은 수출을 해도 이익이 감소하고 있어 관련 영세 기업은 적자를 이기지 못해 수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3개 통화 환율 하락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더 걱정이다. 내년 초에 원화 값이 달러당 900원 선을 밑돌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최근 원화 강세 사태를 결코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1차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지만 정부도 환율 안정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국내외 외환시장 움직임에 유연한 정책 대응을 해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해 신속히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IT 기업도 끊임없는 비용절감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한편 품질 향상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수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품질만 뛰어나면 수요는 있게 마련이다. 환율 덕분에 손쉽게 장사를 해온 기업은 이제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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