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한다는 거예요, 잭. 저 빌어먹을 스웜(swarm)이 번식도 한다고요.”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이 2002년 발표한 ‘먹이(prey)’에 담긴 공포 한 가닥이다. 소설 속 네바다 사막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곤충들이 떼(swarm)를 지어 날아다닌다. 한 떼가 토끼의 식도를 막아 질식시키며 몇 차례 학습을 하더니, 아예 사람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더구나 스스로 번식해서 셋으로, 아예 기하급수로 불어나려 한다.
이 곤충들은 머리카락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나노로봇들이다. 로봇 각자는 아주 저급한 인지·통신기기에 불과하지만 떼를 지어 분산 병렬형 지능(컴퓨팅)을 발휘하면서 맹수가 된다. 동물 몸을 자유롭게 드나들 만큼 크기가 작아 사람 안에 기생하거나 아예 사람 모습으로 떼를 짓는다.
그저 기발한 상상력(공상과학소설)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미 나노 떼 씨앗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미 국방부는 2010년까지 1㎣ 짜리 실리콘 입방체에 자율 센서, 네트워크 통신 기능을 담은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를 개발해 태평양에 흩뿌릴 예정이다. 스마트 더스트가 점점 작아지면 나노로봇이 되는 것. 개미나 벌처럼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행동은 지극히 단순한 사회적 고리다. 그래서 통제를 벗어난 나노로봇 떼는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
소설 ‘먹이’ 속 네바다 사막에서 나노 스웜(nano swarm)을 연구하던 집단은 소위 잘나가던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이었다. 날로 기우는 회사의 운명을 나노 스웜에 걸었던 것. 연구진의 무모한 자신감은 나노로봇을 자기 몸 안에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결국 모두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나노기술이 탄생시킬 게 무엇이든, 모두 사람이 만든다. 책임도 사람 몫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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