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제가 주연이었다면 지금은 조연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 되기위해 저희 마케팅팀은 하루 하루 전쟁중입니다.”
네오위즈 퍼블리싱마케팅팀 정자림과장은 결코 자신을 앞에 내세우려 하지 않았다.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맡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주연이 아닌 조연의 삶을 그녀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처음부터 조연은 아니었다. 네오위즈에 입사하기전 탤런트로 활동할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한 주연이었다.
“조금 오래됐지만 93년에 탤런트로 데뷰해 연기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더욱 잘 알고 있지요. 물론 그 덕분에 조연의 소중함도 함께 알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탤런트로서의 삶을 경험한 그녀였기에 트렌드를 잡아내는 감각이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그녀가 탤런트가 된것은 적극적인 성격때문이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할 만큼 예능에 소질이 있었던 그녀였지만, 탤런트로 데뷰한 것은 전공과는 무관했다.
“예전 하이틴이라는 패션 잡지가 있었습니다. 평소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어 저의 프로필 사진을 보냈고 담당자의 눈에 들어 표지모델로 발탁됐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하루에도 수백장의 사진이 쌓여있는 담당자의 책상 위에 그녀의 사진이 제일 먼저 놓여져 있었던 것은 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그런 운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렇게 표지모델로 데뷰를 한 것이 93년.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그 후 97년까지 탤런트로 활동하면서 하이틴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교실’ 등에 출연하면서 화련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같이 활동했던 동기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박용하이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이미지 관리에도 큰 신경을 써야 했고요. 하지만 덕분에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인생의 큰 경험을 한 후 미국으로 잠시동안 어학 연수를 떠나게 된다.미국에서 돌아온 후 그녀가 선택한 것은 탤런트가 아닌 방송국 PD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보다 뒤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만들어내는 것을 택한 것이었다.
“그때가 2000년이었으니까 인터넷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였습니다. 만들어진 것보다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개인 욕심으로 인터넷 방송국에 입사 웹PD로 또 다른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탤런트였을땐 짜여진 각본과 미리 연출된 화면 속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였다면, 웹PD로서 그녀는 반대의 입장이었던 셈이다.
“주목받던 입장에서 그 반대의 상황으로 변했지만, 어렵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어쩌면 반대의 입장을 겪어 봤기 때문에 더욱 일이 쉬웠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하는일과 정 반대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자신의 경험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가 웹PD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금은 남달랐던 경험때문이었을 것이다.
“2004년 네오위즈에 입사할 때까지 조연으로의 제 삶의 기초를 다졌던 시기라고 생각해요.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셈이죠.”네오위즈에서 그녀가 맡고 있는 업무는 현재 ‘쏘구피구’의 마케팅과 ‘건빵PC방’이다.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커뮤니케이션과 결코 앞으로 나서지 않는 조연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탤런트에서부터 웹PD까지 화려함을 만들어냈던 이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결과를 바로바로 도출해 낼 수 있어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탤런트였을땐 허공에 뜬 구름을 잡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마케팅 업무를 당담하면서부턴 원인과 결과 그리고 행동에 따른 반응이 바로 나오니까요. 물론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성격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지금 그녀가 남다르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쏘구피구’다. 누구나 다 아는 경기인 피구를 소재로 한 이 게임은 협업과 손쉬운 플레이가 특징인 작품이다.
“손쉽다는 것은 그만큼 질리기도 쉽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것이겠지요. 대중적인 스포츠게임이 되기 위해선 이 둘의 교차점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교차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시간씩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부터 게임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되겠다는 판단이 있어서다.
탤런트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그녀는 지금은 조연에 머물고 있지만, 결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때문에 결혼도 미룰 만큼 적극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화려한 주연뒤에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조연의 진가를 깨 달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쏘구피구’가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게임이 되는 그날 다시 한번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의 그녀의 삶도 빛을 발할 것임을 기대해본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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