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사태로 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아케이드 산업이 붕괴 위기에 직면해있다. 정부가 아케이드 시장 확대의 촉매 역할을 해온 경품지급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케이드 이용자들의 동기 부여와 환금 수단으로 활용돼온 경품제가 폐지된다면, 성인용 오락 산업이 직격탄은 맞는 것은 물론 아케이드게임 산업 전체가 초토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정부가 건전한 아케이드산업 진흥에 대한 로드맵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 구현이 최대 고비를 맞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을 떠들썩하게했던 ‘바다이야기 사태’ 발발 이후 경품용 상품권 폐지 등 강공 일변도로 전환한 정부가 최근 상품권 뿐만아니라 경품지급 제도 자체를 없애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현재 국회 법사위를 거쳐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 상정을 앞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의 핵심 내용에 경품제 폐지를 담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바다이야기’로 인해 여론이 성인게임장에 대한 대단히 부정적이어서 경품제 폐지를 골자로한 게임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여기에 국가청렴위원회가 지난 19일 ‘게임산업진흥법’ 및 관련 법령 부패 영향 평가를 토대로 ‘게임법상 경품지급제 폐지’를 포함한 개선안을 문화부에 권고함으로써 경품제 폐지론이 더욱 힘을 얻었다.
청렴위측은 “아케이드가 게임물이라면 본래 목적인 오락, 여가 선용, 학습 및 운동 효과를 높이고 나아가 게임 산업과 관련 부패방지를 위해 경품지급제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문화부 장관이 고시하는 ‘경품 취급 기준’은 필요없는 규정이라는 것.
청렴위는 특히 게임의 사행화를 막기 위해 형법 및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에 관한 특례법(사특법)의 규제 또는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게임법상 게임물에서 제외토록 권고함으로써 경품제 폐지와 함께 성인용 아케이드게임의 ‘사특법’ 이관이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경품제 자체가 전면 폐지 쪽에 힘이 실리면서 아케이드업계는 그야말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강화된 사행성 기준으로 투입 및 산출을 최대한 억제, 가뜩이나 사업성이 희박해졌는데, 경품지급까지 못한다면 시장이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
성인용 릴게임을 개발사인 A사 사장은 “투입이 시간당 1만원으로 제한되고 경품도 받지 못한다면 누가 성인오락실을 이용하겠느냐”며 “‘막가파’ 식으로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는 곳 말고는 모든 오락실이 문을 닫고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사업장들의 붕괴가 예고됨에 따라 각종 성인용 릴게임 개발업체들도 대부분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무너진 상황에서 더 이상 개발을 영위할 명분도 목적도 사라지는 탓이다.
그렇다고 해외 시장 공략을 모토로 개발을 계속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게임 개발에서 아케이드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B사의 한 관계자는 “내수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해외시장만 보고 개발을 계속하는 업체가 몇개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더욱 문제는 경품제 폐지에 따른 아케이드 시장 기반 붕괴 여파가 비단 아케이드 시장에 그치지 않고 게임산업 전반에 적지않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사실이다. 무엇보다 70년대 국내 게임산업 발아기부터 산업을 주도해왔던 아케이드 산업은 ‘회생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아케이드 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성인용 릴게임 시장이 초토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청소년 대상의 순수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PC방에 밀려 존립 기반 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케이드업체인 메가엔터프라이즈의 한 관계자는 “릴게임과 PC방으로 인해 일반 아케이드게임 사업장이 현재 1000여곳에 불과할 정도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케이드산업의 몰락은 게임산업 전체에도 엄청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당장에 게임산업 규모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가 발간한 ‘200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케이드게임과 게임장을 합친 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게임산업 전체규모(8조6000여억)의 50%를 넘어선다.
그러나 ‘바다이야기’ 후폭풍으로 올해는 아케이드 산업 규모가 작년보다 대폭 줄어들고, 내년엔 거의 4조 이상이 게임산업 외형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장 가도를 질주해온 국내 게임산업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의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물론 애초부터 성인 오락기기가 게임이 아닌 도박이었던것 만큼 ‘허수’가 빠진 것이라 할 수도 있지만, 해외 사례를 봐도 빠친코나 빠찌슬롯과 같은 갬블기계들도 엄연히 게임에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역시 게임백서 등 주요 산업 지표상에 성인오락기를 포함한 아케이드산업이 그동안 게임산업 지표에서 결코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해왔다. 전문가들은 “릴게임을 게임에서 제외시키는 문제와 경품제 폐지 이후 아케이드 산업 육성을 위해 로드맵에 좀 더 면밀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경품제 폐지로 인해 예상되는 산업 역성장에 따른 또다른 의미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야할 때”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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