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日 부품소재 무역 역조 고착화

 부품소재 분야의 낙후가 우리 산업과 경제의 약점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새삼 긴 설명이 필요 없다. IT 분야 등 우리 수출 주력업종은 부품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특히 일본에서 수입이 많고 이것이 대일 무역적자 확대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였으며 관련 특별법까지 만들어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갈수록 대일 수입이 증가하면서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역조현상은 이제 고착돼 가는 느낌이다.

 최근 부품소재의 대일 무역적자 비중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지만 절대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니 더욱 그러하다. 올해 7월까지 일본과의 부품소재 교역에서 무역적자 규모는 벌써 88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대일 무역적자도 작년 161억달러를 초과할 것이 분명하다. 대일 부품소재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 2001년 103억달러에서 2002년 118억달러, 2003년 139억달러, 2004년 159억달러, 2005년 161억달러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일본산 부품소재 가격마저 떨어져 국내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이 뻔하다. 이로 인한 대일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국내에서 육성되고 있는 부품소재 산업의 기반마저 위협당할 수 있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을 완화하기 위해 펼친 다양한 산업 육성정책의 실효성마저 의문이 간다.

 대일 부품소재 무역적자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본 모방형 산업 육성책 때문이라는 업계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휴대폰 등은 일본의 첨단 제조장비와 핵심부품 공급이 없으면 홀로 서기조차 어렵다. 더욱이 단기적 성장·매출 위주의 사업구조로는 기술 개발에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 핵심 장비나 부품소재의 대일 수입이 개선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단기적 수출 성과에 매달려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수요 대기업이 국산 부품소재의 품질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대일 부품소재 무역역조의 해법으로 기존의 낡은 방법 외에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일본에 대적할 만한 전략적 핵심기술 개발 전략을 세워 차별화된 기술확보에 나서고 여기에 부품소재 중핵기업 육성 전략을 동시에 펼치는 것은 연구개발(R&D)과 관련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어서 기대된다. 또 ‘선진국 따라잡기식’ 단순 기술개발 전략에서 벗어나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부품소재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부품소재 기술 로드맵’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도 정부가 미래 수요를 감안한 원천기술 개발사업에도 나서겠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핵심 부품소재에 관한 원천기술이 확보되지 않는 한 대일 무역역조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한 방안이다.

 부품소재 산업은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 중 하나다. 완제품 기술이 뛰어나도 부품소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온전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제품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거기에 들어가는 부품소재가 수입품이면 부가가치가 떨어진다.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서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이 힘든 이유다. 부품소재 산업이 세계적 기술력을 갖춰야 우리 대기업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또 부품소재 중소기업도 대기업 하도급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시장을 뚫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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