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일본의 도요타는 최근 자동차의 자동화와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등을 지원하는 운용체계(OS) 개발에 착수했다. 도요타는 오는 2010년 이 OS 개발을 완료하면 전자제어장치(ECU)를 운용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비용 절감과 함께 자동차의 안정성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 자동차 업체는 자동차용 임베디드SW 개발을 위해 자스파(JasPar:일본자동차SW플랫폼 앤드 아키텍처)라는 기구를 발족했다. 도요타와 닛산·도오쓰일렉트로닉스·혼다 4개사가 간사로 참여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와 미들웨어 및 차내 근거리통신망(LAN) 규격 등의 표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벤더는 이에 맞서 오토사르(AUTOSAR:자동차오픈시스템아키텍처)를 결성, 자동차 모듈의 표준을 만드는 등 전 세계 자동차 벤더가 임베디드SW 개발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하이브리드카 등 미래 차 성능 개선을 위해 임베디드SW 개발과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임베디드SW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뭘까.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세련된 디자인을 개발하고 공기 저항을 줄이는 데 주력했지만 차량에 전자기기를 하나둘 탑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자기기 탑재가 늘면서 ECU 사이의 통신이 필요하게 됐다. 효율적인 시스템 운용을 위해 ECU를 연계하려면 방대한 임베디드SW가 필수적이다. 고급 차량은 ECU를 100개 이상 탑재하고 있으며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ECU를 구동하는 임베디드SW가 자동차 핵심 경쟁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SW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텔레매틱스리서치그룹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의 SW 비중은 13∼14%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5년 내에 이 비중은 3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 수치는 없지만 자동차 판매 가격의 10∼15%가 SW 가격일 것”이라며 “2010년께면 SW의 가격 비중은 30∼40%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세계적인 임베디드SW 업체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세계 최대 SW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차량용 OS를 BMW에 공급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전통적인 임베디드SW 강호인 큐엔엑스소프트웨어시스템즈와 윈도리버는 물론이고 리눅스 진영도 밀릴세라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만도 등 부품업체와 MDS테크놀로지 등 일부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초소형 임베디드OS인 ‘나노큐플러스’가 유럽의 자동차 업체와 공동 개발에 착수했지만 전망은 밝지 못하다.
임베디드SW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지멘스나 보쉬에서 ECU를 그대로 수입하면서 자동차용 임베디드SW 시장은 외산이 주도한다”며 “국내 임베디드SW 업체의 설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임베디드SW산업협회의 최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분야 임베디드SW 시장에서 국산 사용률은 ‘제로(0)’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동차 업체는 물론이고 임베디드SW 업체에도 자동차용 임베디드SW 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휴대폰 등 인기 있는 분야로 개발자들이 몰리면서 자동차 분야는 개발자 기근 현상을 빚고 있다.
김흥남 ETRI 임베디드SW연구단장은 “하루빨리 자동차업체와 부품·SW 업체가 협조해 한국형 자동차 임베디드SW 개발에 나서야만 자동차 개발 비용을 줄이고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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