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지난 4월 프로게이머 은퇴를 전격 선언하고 마이크를 잡은 김정민 해설위원은 e스포츠의 양념이 되는 해설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현재 고정 프로그램을 여섯 개나 맡고 있는 김위원은 바쁜 일정으로 프로게이머 시절보다 더 시간이 없다고 행복한 투정을 부렸다.김위원은 2000년 데뷔한 KTF매직엔스 소속의 프로게이머로 잘 생긴 외모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귀족 테란’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선수로서도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출중한 게임실력 뿐 아니라 과거 iTV와 겜TV에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해설했을 정도로 말솜씨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해설자로서 이미 검증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그의 해설자 전향은 획기적인 변신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단지 생각보다 조금 빨랐을 뿐 주위에서도 의아해 하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6년여 동안의 프로게이머 생활에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소엔 잘 모르겠는데 경기를 중계하며 바로 옆에서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들을 보면 무대에 뛰어 올라 다시 한번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는 이 때문인지 현재도 프로게임머들과 배틀넷에서 가끔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선수 유니폼보다 넥타이를 메고 있는 것이 더 익숙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옆에서 게이머들이 게임을 하고 있고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예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선수 생활은 당연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선수들이 구사하는 전략의 추세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는 지금도 전략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더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구사해도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또 프로게이머 시절에도 해설을 한 경험이 있고 지난 5개월 동안의 기간에 많은 것을 배워 초기보다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주위의 평도 그를 더욱 힘나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위원은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아직도 중계 중에 단어선택이나 강약조절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김위원은 이러한 점을 고치기 위해 책을 읽고 다른 스포츠 중계를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 “예전엔 아무 생각없이 경기 중계를 봤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분석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김위원은 주위의 충고에도 귀를 열어 놓고 있었다.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충고를 잘 듣지 않는 편이었어요.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해결 하려는 편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의 충고가 더없이 고마운 것임을 알게 됐어요.”
김위원은 이러한 주위의 충고 덕택에 말을 빨리하는 버릇과 발음이 불분명한 문제점을 알게 됐고 이를 다소나마 고칠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고쳐나갈 것이다고 말했다.김위원에게 있어 게임해설은 경기관람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하나의 양념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많은 말을 하며 스포츠 중계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 있죠.
그래서 이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졸전도 중계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경기로 바뀔수 도 있죠.” 3 대 0의 일방적인 경기도 경기 외적 에피소드 등의 양념을 적절히 버무리면 관중들이 원하는 명승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위원은 중계의 중요성과 함께 현재 선수들이 가진 문제점을 털어놓았다. “항상 얘기하지만 선수들이 개성을 살린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최근에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기내용을 보여야 합니다.” 그는 선수들이 시류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김위원 당분간 현재 하고 있는 해설위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넘버 1이라는 목표는 없지만 김정민이 해설하면 뭔가 조금 다르겠지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해 주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열정을 가지고 더욱 노력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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