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로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이끌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글로벌로밍 영상전화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분야에서 한층 입지를 튼튼히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이동통신 산업이 앞서갈 수 있는 것은 사업자와 대형 장비제조업체의 노력 외에도 핵심기술을 보유한 유망 중소 협력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컨버전스’로 상징되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개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굴지의 대기업이라도 모든 핵심기술과 역량을 보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능하더라도 효율적이지 않다. 협업으로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 네트워크’ 확보가 기업이 성장의 핵심 요인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관계를 수직적인 하도급 관계로 여겨 단가인하나 비용전가로 중소기업의 개발의지를 꺾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현재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상생협력 프로그램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아직도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과 품질을 믿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전횡을 염두에 두며 우려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무한경쟁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임을 인식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KTF는 지난해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함께 가는 열린 경영’을 선언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해 중소 협력사와 구매 절차를 개선하고 성과공유제를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중이다. 지난 상반기 이동통신사업자 가운데 처음 실시한 성과공유제에서도 성공적인 경험을 축적하게 됐다. 협력사인 엔써티의 ‘IT서비스 모니터링 고도화’, 인프라밸리의 ‘HA 서버 기능 국산화’, 이루온의 ‘Sigtran 프로토콜 기능 개선’ 과제는 20%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 외에 SW 국산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KTF는 또 중소협력사의 원스톱 업무 창구인 ‘협력사포털(http://www.magicpro.com)’을 구축해 지난 5월 운영에 들어갔다. 여기서는 온라인으로 구매입찰이나 협력사 의견(VOC) 수렴, 협력사 제안 접수 및 협력사 평가 시스템을 투명하게 이용할 수 있다.
KTF는 그동안 매년 협력사와 사업계획 설명회를 열고 있으며, 워크숍 등으로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동반자’ 인식을 넓혀가고 있다. 덕분에 협력사와 계약에서 관행적으로 적용되던 페널티 구조를 최고 10%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조로 개선했고, 성과공유 과제로 추진한 가입자식별(USIM) 카드 국산화 및 대용량 범용 IC 카드(UICC) 개발 과제는 70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에는 상생의 노력을 제도적 장치 개선에서 그치지 않고 ‘파트너 데이’와 ‘파트너십 10계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협력사와 형식적인 파트너십 이상의 뭔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KTF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협력사와 상생협력 활동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 대기업의 일방적인 양보를 전제로 한 협력이 아닌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공유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세제혜택·교육훈련 지원 등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방안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기업간 양극화뿐 아니라 개인 간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단순한 비용절감 효과만을 노린 하도급 수준이 아니라 윈윈할 수 있는 성숙한 협력모델을 만들어 모처럼 불붙기 시작한 상생협력의 노력이 무한경쟁시대에 든든한 국가 경쟁력으로 결실 보기를 기대한다.
◇정수성 KTF 부사장 jungss@kt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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