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주도권을 놓고 이동통신 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사가 벌이는 생존 경쟁이 뜨겁다. SK텔레콤이 최근 이동통신 사업자로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 UI를 무선 플랫폼에 통합시킨 ‘T-PAK’을 선보이면서 그동안 UI를 주도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을 자극한 것이다. 제조사들은 ‘T-PAK’을 자사 제품에 절대 적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대기화면과 메뉴로 구성된 UI는 제조사에는 휴대폰 외장에 이은 새로운 디자인 차별화 포인트로 받아들여져 왔다. 반면에 이동통신사들에는 무선인터넷 신규 서비스의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어 UI를 놓고 벌이는 두 진영 간 세 대결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 대결이 무선서비스가 가장 발전한 한국에서 처음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향후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의 판도 변화를 점칠 바로미터로 보고 있다.
◇플랫폼에 이어 UI 부상=무선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관심 분야도 급변하고 있다. 음성에 데이터가 결합되는 2000년 초반에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운로드 플랫폼이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IP 기반의 데이터 서비스가 접목되면서 대기화면 등의 UI가 부상했다.
박문서 퀄컴코리아 부사장은 “UI는 향후 2∼3년간 무선 분야의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 및 경쟁의 차별화 포인트의 핵심 테마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의 인트로모바일을 비롯해 미국의 퀄컴과 어도비 등이 선보인 모바일 플랫폼도 대기화면 제어 서비스에서 출발했다. 문제는 UI가 전통적으로 제조사의 디자인 영역이었다는 사실. 필연적으로 새 수익모델을 발굴하려던 이통사와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이통사의 UI 출시=무선인터넷이 발달한 국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제조사와 이통사 간의 UI 영역 충돌이 일어났다. 대표적 사례인 SK텔레콤의 ‘T-PAK’은 콘텐츠 다운로드 기능 중심이던 플랫폼에 UI를 통합한 게 특징. 그간 ‘1㎜’ ‘두즐’ ‘모네타온’ 등 개별 애플리케이션별로 접근했던 대기화면 서비스를 플랫폼 단에서 지원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으로 다른 기능과 접목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또 SK텔레콤 사용자라면 휴대폰을 바꾸더라도 기존 휴대폰과 동일한 UI를 제공받을 수 있어 고객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도 UI 통합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방어에 나선 제조사=삼성과 LG는 UI가 휴대폰 차별화 포인트라는 점에서 ‘T-PAK’을 적용할 경우 제조사로서의 경쟁력이 희석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대기화면 애플리케이션 ‘마이팻’의 고도화에 나섰으며 제어도구인 ‘마이 스크린’에 무선인터넷 기능을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LG전자가 게임과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한 대기화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제조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디자인 차별화 차원을 넘어 앞으로 무선인터넷 서비스 분야 진출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의 마찰은 앞으로 무선인터넷 시장 세 대결의 판도를 좌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디자인 차별화와 무선인터넷 서비스 진출을 위해, 이통사는 고객 로열티 확보 및 신규 서비스 확대를 위해 모두 대기화면을 비롯한 UI 주도권을 놓을 수 없는 국면”이라며 “그러나 이통사·제조사가 단말 구매 및 라인업 분야 등 서로 협력해야 하는 부분도 많은만큼 회사별 협상에 따라 구현 방식이 달라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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