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업계가 일본과 벌이는 한판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실마리는 소재 국산화다. 아무리 우수한 제조 기술이 있고 원가 절감 방안을 마련해도 소재 자립이 없다면 절름발이 1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2차전지는 소재가 품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소재 의존도가 높다. 공교롭게도 세계 2차전지 소재 시장은 우리의 경쟁상대인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결국 소재 국산화는 미룰 수 없는 선결 과제다.
2차전지 소재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 그리고 격리막과 전해액이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나 유럽의 2차전지 업체들도 소재는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양극활물질은 다나카화학연구소, 음극활물질은 오사카가스케미컬, 격리막은 아사히화성 등 일본 업체의 독무대다. 전해액도 미쓰비시화학과 미쓰이화학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차전지 소재 국산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자부품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산화 수준을 초기, 부분 완료, 수입 대체, 완전 국산화의 4단계로 구분할 경우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양극활물질은 1단계인 초기에 그치고 있다. 음극활물질과 격리막은 2단계인 부분 완료이다. 다만 전해액은 3단계인 수입 대체까지 올라섰다. 이 가운데 2차전지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활물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양극활물질이 수입 대체 단계에 도달해야 국산 2차전지의 원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가운 점은 최근 잇달아 2차전지 소재 국산화의 낭보가 들려온다는 사실이다. 엘앤에프신소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던 양극활물질을 자체 개발, 경북 왜관에 월 120톤 규모의 양산 라인을 만들었다. 이 제품은 산화리튬코발트를 재료로 2400㎃h 용량까지의 2차전지를 만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2600㎃/h 이상의 대용량·고전압용 양극물질도 개발, 양산을 추진중이며 망간·니켈 등을 사용한 차세대 3원계 양극활물질과 전동공구용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물질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도 새로운 개념의 양극활물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기존 산화코발트를 사용한 양극활물질에 비해 전지 성능 및 열적 안정성이 우수하고 재료비가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극활물질은 소디프신소재가 국산화에 성공한 후 삼성SDI의 승인을 받고 공급 중이다. 이미 샘플 단계는 지나고 상용 공급에 접어들었다. 올해 음극활물질로 20억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된다.
여기에 전해액은 제일모직이 세계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이미 국내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80% 이상을 대체했다. 격리막은 작년 ㈜SK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 제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찬훈 전자부품연구원 센터장은 “2차전지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재 기술”이라며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일본이 여전히 세계 2차전지 산업을 주도하는 원동력도 소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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