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통신장비업체들 "중국 진출 부담된다"

 통신장비 대기업 A사는 지난해부터 수개월 넘게 진행해오던 중국 통신업체와의 수출 협상을 중단하고 당분간 현지 시장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장비 공급 협상이 구체화되면서 중국 측이 노골적으로 원천기술 이전을 요구해왔기 때문.

 통신장비 업체들의 이같은 고전은 올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세대(G) 이동통신 독자표준인 TD-SCDMA 테스트를 통과한 데 이어 SK텔레콤도 중국 정부와 TD-SCDMA 분야에서 협력키로 하는 등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통신서비스 및 단말기 업체들과는 다른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과도한 기술이전 요구=통신장비 특성상 유선 망에 들어가는 코어장비나 이동통신용 기지국·중계기 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와 장비 제조업체간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통신사업자들 대부분이 기업간 협력 수준을 넘어 원천기술 공개까지 요구하고 있어 국산 장비업체들이 중국 사업을 포기하는 1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동통신 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유럽·미국 등 선진국에서 통신장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고 있는 데 반해 중국에서는 이미 3년전 기술 유출 문제를 경험한 뒤부터 사업을 완전 철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좁아진 시장 입지=중국이 TD-SCDMA를 기반으로 3G 이동통신서비스에 나서면서 전세계 통신장비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관련업들로서는 부담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무선통신 시장으로 부상한 것이 오히려 국내 장비업체의 시장 입지나 시장 진출 기회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A사 관계자도 “중국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조차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없이 단독으로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안방시장도 내줄 판=최근 화웨이·유티스타콤·ZTE 등 중국계 통신장비 3인방이 한국에서 실시된 광전송 분야 핵심 장비 입찰에서 나란히 공급권을 따내는 등 국내 통신장비 시장도 오히려 이들에게 고스란히 내줘야할 처지다. 지난 상반기 산업자원부가 실시한 ‘중국 산업 및 기술경쟁력 분석’에서도 통신장비 분야는 오는 2010년 경 중국이 한국이 0.5년차로 추월할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장비 가격이나 기술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기업들이 현재 중국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라며 “앞으로 중국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는 물론,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산이 국산 장비의 최대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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