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당정청의 통·방 `코미디`

 정권 말기 증상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권력 이동에 따른 정치·사회적 유동성과 정책의 안정감이다.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통신과 방송 분야를 보면 확실히 이 정부는 다르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안정감을 바탕으로 각종 정책을 매조지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간다. 통·방 쪽은 말기로 갈수록 오히려 문제가 양산되고 커진다.

 우선 청와대를 보자. IT 관련 기관장 인선을 질질 끌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더니 급기야 방송위에서 문제가 터졌다. 이상희 3기 신임 위원장은 임명된 지 100일도 못 돼 중도하차했다. 기가 막히는 것은 그 이유다. 중대한 건강상 사유로 위원장직을 더는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24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뽑아도 건강진단서를 첨부하는 세상이다. 하물며 일국의 각료(장관급)다. 게다가 그는 70이 넘은 고령이다.

 부랴부랴 후임자를 임명하고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도 사고다. 또 다른 위원이 사퇴했다. 교수 출신인 주동황 위원이 언론의 재산형성 과정 의혹 제기에 따라 낙마했다. 당사자야 ‘표적 취재’라고 항변했지만 시민단체 경력을 앞세웠던 탓에 도덕성에 흠집이 날 판이었다. 꼬인 실타래는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아직도 “모모 위원이 투기나 도덕성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느니 “조만간 또 다른 위원이 사퇴할 것”이라는 등의 ‘카더라’ 방송이 계속된다. 이미 두 번이나 ‘현실’을 목격한 국민들로서는 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딘지 찜찜할 따름이다. 그 강력한 청와대의 인사 검증시스템은 적어도 통·방 쪽에서는 실종된 모양이다.

 국회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당정은 지난 27일 “휴대폰 무선데이터 요금을 30% 인하키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수백만원의 휴대폰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청소년이 자살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된 부분을 수술하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해 못할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통신 요금은 국회의원들의 호주머니 속 호두로 변했다. 특히 국정감사 때마다 통신 요금은 내려간다. 지난해에는 문자메시지(SMS) 요금에 집중타를 가해 이통사들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를 주도한 의원은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도 어김 없는 반복이다. 국감 이틀째날 나온 소식은 이통사 사장들의 증인 출석 요구다. 당정이 국영기업도 아닌 민간기업의 요금을 결정하는 것은 반(反)시장적이다. 권한도 없다.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신고가 있으면 정부가 인가해 주면 그만이다. 백보 양보해서 국민 편익을 위해 당정이 의견을 모았더라도 모양새는 갖췄어야 했다. SK텔레콤이 발표하면 된다. 아무리 ‘생색내기’가 주업인 국회라도 한국은 OECD 국가요, 미국과 FTA 협상중이다. 국감은 내년에도 있다.

 국회가 진정 문제 많은 통신 요금에 칼을 댈 요량이면 더욱 근본적이고 입체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요금체계 전반의 수술과 ‘묻지마’ 소비자들에게도 일정 책임을 지우는 정교한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고 산업 시각도 고려한 제대로 된 외과의사가 돼달라는 요구다. ‘한건주의’ 비판을 비켜가려면 그것이 정답이다. 그나마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는 정통부도 당에 끌려다녔다는 화살을 피할 수 없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은 이번 사안이 증명한다. 어수선한 방송위는 말할 것도 없다. IPTV는 전향적이더니 DMB와 관련해서는 지난 27일, 2기의 정책을 뒤짚었다. 아직도 정책방향을 가늠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IT와 통·방 융합의 컨트롤 타워인 당정청이 이 지경이니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는 기업인들의 체념적 냉소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