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까지 먹일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이든 결국은 그 행위의 주체자가 직접 나서야 해결된다는 의미이다.
전략물자 수출통제에서만큼 이 의미가 잘 맞아떨어지는 분야도 드물다. 기업이 스스로 전략물자 위법수출의 위험성을 깨닫고 자율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리 정부가 중요하다고 떠들고, 관련기관에서 교육을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관에서는 그야말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보다 용이하게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우미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들도 위반시 처벌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자율관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일본은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를 통해 이미 1000여개의 기업이 자율관리 체제를 갖추는 등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는 국가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산자부 지정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가 아직은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5개에 불과해 걸음마 수준이다. CP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자체 제도와 내부통제 절차를 갖춰야하지만 일단 지정받게 되면 국제 교역에서 공신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아니라 수출에서 신속 통관, 포괄 허가 등 일부 메리트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CP 지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평상시 수출품목이 전략물자인지, 아닌지 여부와 무역 상대자가 해당품목을 전략물자로 전용할 우려가 있는지, 없는지를 수시로 체크해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수출하고자 하는 품목이 전략물자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정부의 ‘전략물자기술수출입 통합공고’를 참조해야 한다. 일반품목일지라도 무기 등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품목’도 캐치올 규정을 적용받으므로 만약 의심가는 경우 판정을 의뢰하고 해당될 경우는 수출기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무역 상대자나 최종 용도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다. 수출품목의 최종용도가 순수 민간용이라는 확신이 없거나 수요자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활동과 무관하다는 확신이 없는 경우 수출을 자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요자가 사용목적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거나 △최종 사용자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해당물품을 사용할만한 실제 이유가 없는 경우 △지나치게 좋은 결제조건을 제시할 경우 △최종 목적지와 물품에 대한 과도한 비밀준수 요구가 있는 경우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아예 기업들이 위험거래 여부를 포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인 위험신호 지표(Red Flag Indicator)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항목을 공표하지는 않고 있지만 참조할 경우 상당한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신호 지표에는 △해당화물 등의 설치장소 또는 사용장소가 명확한가 △비정상적으로 대형의 예비부품을 요구하는가 △수송루트에 이상한 점은 없는가 등 포괄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어 수출입 기업들이 이 지표만 잘 참조해도 자율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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