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추석은 없다.’ 한가위를 열흘가량 앞두고 잔뜩 들뜨기 쉬운 이때, 일부 공공·금융기관과 이동통신 업체는 난데없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들 기관과 업체는 예년에 비해 길어진 이번 연휴 기간을 이용, 주요 시스템 이전과 신규 개통 등을 추진중이다. 업체에 따라 길게는 몇년간 수백∼수천억원을 들여 이번 연휴를 준비해온 셈이다. 특히 연휴 직후인 다음달 9일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곧바로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기 위해서는 연휴 기간에 완벽한 마무리 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들 업계 관계자의 긴장감은 현재 극도에 달해 있다.
◇공공부문=하루 거래금액만 수조원에 이르는 우편금융시스템의 제1정부통합전산센터 이전 작업이 다음달 5일부터 나흘간 한가위 연휴 기간을 이용해 단행된다. 무중단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센터는 지난 4개월간 이전 작업에만 몰두해왔을 정도다.
김경섭 정보통신부 정부통합전산센터 서비스1팀장은 “이번 프로젝트로 제1센터로의 기관 이전은 모두 마치게 된다”며 “지금까지의 다른 기관의 시스템 이전은 이번 작업을 위한 도상훈련이었다고 할 정도로 중차대하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의 관건은 시스템의 이전 기간인 연휴 내내 전국 우체국 금융시스템이 중단 없는 서비스를 해내는 것.
이번 프로젝트를 주무하고 있는 삼성SDS의 관계자는 “이를 위해 센터 측은 각종 백업시스템 구축을 수차례 반복 훈련하는 등 지난 몇달 동안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로 이번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16개 시도 지자체의 전산업무를 위탁·관리하는 자치정보화조합도 다음달 9일 전산센터를 현 종로에서 구로디지털단지 내 새 사무실로 이전한다. 조합은 새 센터에 16개 시도 행정정보화시스템 재해복구(DR)센터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이통업계=국내 최대 규모의 유닉스 기반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하는 신한은행은 추석 연휴에 앞서 이달 25일부터 일찌감치 24시간 대기 체제에 돌입했다.
은행 정보화팀 관계자는 “시스템 오픈과 안정화를 위해 24시간 교대 근무 내내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물론이고 주사업자인 LG CNS와 한국HP 등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된 각 벤더사 소속 연인원 2000여명은 벌써 6개월째 주말을 반납하고 작업에 몰두해 있는 상태다.
SK텔레콤도 ‘차세대 마케팅 플랫폼(NGM)’의 마지막 점검기간을 추석 연휴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SKT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시작된 8차례의 2만명 규모급 사용자 테스트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비해 비상시스템도 가동키로 했다.
지난 2년간 자사 최고급 엔지니어를 이번 NGM 프로젝트에 투입시켜온 한국HP·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히타치)·티맥스·오라클 등은 추석 연휴 기간 각사 본사와 SK텔레콤의 전산팀을 연결하는 ‘3원 모니터링 체제’에 돌입한다는 방침다.
◇연휴 반납, 수당 듬뿍=이번 추석 연휴에 특근을 해야 하는 금융기관과 이통사를 비롯해 관련 벤더사는 프로젝트 투입 인력에게는 연휴 반납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특별근무수당’을 평소 수당의 2∼3배 지급한다.
반면에 통합전산센터 등 정부 산하 기관은 ‘시간외 수당’ 외 연휴 근무에 따른 별다른 수당 지급이 없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휴일 근무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수당을 지급할 근거가 마땅찮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류경동·류현정기자@전자신문, ninano·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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