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산업 미래 `사람`이 관건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반도체업계 추가 기술인력 수요전망

 구인난이 중소·벤처 반도체업계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지적되면서 산·학·연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장기에 접어든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시스템 반도체업계가 사업 확장을 위해 신규 인력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계가 성장한 만큼 전문 인력이 쏟아지고 있지 않아 인력 부족이 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인력 현황=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관련 인력은 총 9만명에 이른다. 이 중 대기업에는 6만2000여명이, 중소 장비업계와 재료업계에는 3만4000여명이, 설계업계에는 75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반도체 기술 인력의 신규 수요는 매년 5000명 이상으로 증대돼 오는 2010년까지 약 3만3100명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대기업은 학사와 석·박사 등을 고루 채용, 자체 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나 설립 당시에 숙련된 대기업 출신 기술자로 구성됐던 중소기업은 교육체계가 없어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인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을 국산화하며 대한민국 IT산업의 ‘미드필더’로서 활약해 왔으나 구인난이 지속되면 전방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인력 양성으로 중소기업 지원한다=정부는 중소·벤처 반도체업계의 구인난 해소를 위해 인적자원개발협의체를 통해 반도체산업 인력 수급 정보 인프라 구축, 대졸 신입사원 공동 채용, 대기업 퇴직 인력 중소기업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또 올해 시작한 고부가가치 산업 인력 특별 양성사업은 졸업 후 곧바로 채용이 가능한 반도체 실무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관련 교육으로는 ETRI SoC산업진흥센터와 KAIST의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가 대표적이다. SoC 산업진흥센터는 매년 10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IT SoC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석·박사급 인력을 반도체 산업 전문 인력으로 키워내는 프로젝트와 산업체 인력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IT SoC 아카데미는 내년부터 대상을 학부생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중이며, ETRI 융합부품연구소에서도 별도 교육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도체 관련 기관에서도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고 전문인력 양성에 나섰다. 시스템반도체검증지원센터에서는 반도체 테스트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산업기반 사업의 시설을 이용해 20여명의 테스트 전문인력을 교육중이다. 고부가가치 인력 양성 사업과도 연동해 30명의 인력을 양성, 전문업체에 취업도 연결시켰다. 서울시가 후원하는 나노·IP-SoC 설계기술혁신사업단도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반도체 제조 및 장비 재료 기업의 신규 취업자 교육은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경북대 반도체공정교육센터, 전북대 반도체물성연구소 등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산업협회 내에 교육훈련혁신센터가 설치돼 운영중이다.

 ◇업계도 직접 나서야=여러 기관에서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을 확대하고 있으나 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를 키우려는 CEO의 의지다. 국내 200여개 중소 반도체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반도체산업협회가 조사한 결과 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비는 평균 4.1%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 데 비해 교육훈련비는 0.9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창기에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없는 숙련된 대기업 출신 기술자들이 중소 반도체업계를 이끌었으나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이들을 뒷받침할 인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중소 팹리스에서도 인턴사원을 받아 업무 교육을 하는 한편 학부 출신의 인력 채용에 나섰다.

 반도체 관련 벤처기업의 한 CEO는 “올 상반기에 중소기업 전문인력 300여명이 대기업으로 옮겨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몇 년을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