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창간 24주년을 맞아 IT분야 종사자 232명을 대상으로 한 ‘참여정부의 IT정책 및 정책방향’ 설문조사 결과는 IT코리아 재도약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IT인의 절대 다수가 ‘규제완화’와 ‘IT분야 예산확대’를 꼽았다고 한다. 이 가운데 ‘예산확대’ 문제는 공공분야의 수요 창출과 자금 지원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일상적인 요구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규제완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인 셈이다.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게 어디 IT 종사자들만의 생각이겠는가. 웬만한 기업인이면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규제개혁 말만 요란하게 했을 뿐 기업이 실제로 느끼는 효과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근본적으로 관치경제의 환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정책기조 때문이다. 시대 흐름이 되고 있는 통신·방송 융합을 두고 관련기관 간 관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통신·방송 융합 사업자는 통신법과 방송법에 이중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가 하면, 융합서비스가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놓고 규제 당국 사이에 갈등을 빚으면서 서비스 개시가 늦어지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IPTV와 관련해 KT가 수천억원을 들여 오래 전에 관련 시설을 구축해 놓았는데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간 규제 관할권 싸움 때문에 서비스를 허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관치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IT분야는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기술개발이 촉진되고 제품 경쟁력도 높아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최근 IT산업 부진은 서비스 부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정부 규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우리의 IT산업이 멍들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당국은 더는 불합리한 규제로써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통신·방송 융합을 위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를 묻는 항목에 IT인의 41% 이상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규제철학과 틀을 짜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신규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융합법 제정’을 지적한 IT인(35.2%)보다도 많은 점을 감안하면 IT인이 보기에 지금 우리 정부의 규제철학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산업과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긍정적인 규제라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면 기업이나 산업 활성화를 저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제가 지속되면 IT강국 위상도 영원히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중이며 이달 말께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니 기대된다. 무엇보다 IT산업 관련규제를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대국적 차원에서 검토해 완화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IT산업을 멍들게 하고 있는 방송·통신 분야의 규제기구 정비도 필요하고, 방송과 통신사업자 간 상호진입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통신·방송 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융합서비스 정책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보다는 관련 서비스가 좀더 빨리 실시돼 이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 IT인이 IT839 정책을 비롯해 과기·산자·문화 등 정부의 범IT 관련정책에 좀더 구체적인 후속 방안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도 그냥 흘려서는 안 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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