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에게 듣는다]윌리엄 아멜리오 레노버 사장 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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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2월 미국 IBM의 PC사업 부문을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해 일약 세계 3위의 PC제조업체로 부상한 중국 레노버 그룹의 윌리엄 아멜리오(49) 최고경영책임자(CEO). 델의 아태지역 대표였다가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멜리오 CEO는 “중국에서 성공한 전략은 세계적으로도 성공했다. 혁신은 레노버의 DNA의 일부이며 이것이 세계 시장에서 레노버를 글로벌 업체들과 차별화하는 열쇠다”라며 ‘혁신’을 누누히 강조했다. 그에게서 중국의 PC 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쏟는 노력과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를 들어 봤다.



-레노버가 IBM 두 기업이 합쳐진데 따른 문화격차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나.

▲레노버와 IBM의 PC사업 부문의 통합 작업은 예정보다 빨리, 원만하게 진행됐다. 중복되는 사업이 적어 서로가 강점을 가진 분야가 달랐고 사전 철저한 실사작업도 한몫했다. 특히 두 조직이 모두 혁신·고객만족·성실성을 지향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던 점이 도움됐다. 두 조직의 통합작업은 1단계로 고객 혼란을 줄이기 위해 두 기업을 평행적으로 운영하다, 2단계로 두 조직의 운영을 통합하고 상대 조직의 모범사례를 채택한 뒤, 3단계로 레노버 만의 고유한 사업수행 방식을 정의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IBM과 델에서 오래 경험을 쌓았다. 레노버는 당신 외에도 5명의 델 출신 임원을 더 영입했는데 그 이유는.

▲레노버는 이전 직장과 상관없이 항상 최고 중의 최고 인재를 영입해 왔다. 레노버가 공표한 전략적 목표 달성에 기여할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앞으로도 전략적 목표 성취에 기여하며 이 회사를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킬 전문지식·경력·지도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레노버는 IBM PC사업부의 적자 누적 부담 때문인지 인수후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인가.

▲인수 후 실제 나타난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 등지에서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 실적에 만족한다. 지난 1년 동안의 실적은 많은 분석가들의 전망보다 훨씬 좋았다. 일부 분석가는 레노버의 매출이 합병 후 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론 7% 하락하는 데 그쳤다. 판매량은 늘어났으며 연간대비 실적은 상승했다. 레노버는 사업 전반에 걸친 지속적 혁신과 이중 사업모델의 도입을 통해 전세계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이를 위해 레노버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고객에게 표준 가격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제공하기 위해 소매점을 통한 채널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거래모델(Transaction model)’과 기업고객의 수요에 맞춘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관계모델(Relationship model)’을 추진 중이다.

-레노버는 합병후 1년이 안된 지난해 3월부터 1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구조조정 효과가 있었나.

▲감원 결정은 늘 어렵다. 레노버는 매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있다. 이번 결정은 매우 주효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충격을 받은 직원들을 존경심을 갖고 대했고 감원 과정에서 사업의 일관성과 영속성을 저해하지 않고 사업의 최우선순위에 집중하기 위해 만전을 기울였다. 나는 레노버 직원들을 깊이 신뢰하고, 레노버가 실적·성장률·수익성이 개선되는 더 강력한 기업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있다고 믿는다.

-레노버의 타깃 시장은.

▲레노버는 이중 전략을 가지고 있다. 첫째가 IBM의 ‘씽크’ 브랜드의 추진력을 이어가면서 대기업 고객을 공략하는 것이고, 둘째는 전통적으로 IBM이 공략하지 않았던 중소기업(SMB) 및 강력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 시장의 필요에 브랜드를 맞추는 것이다.

인도는 국가규모와 중산층의 급성장에 따른 대·중소도시에서의 강력한 유통망 확보가 중시된다. 이미 215개 도시에서 1200개의 채널 협력사를 확보했으며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레노버 소매점 44개와 여러 브랜드 제품을 갖춘 소매점 150개 이상이 고객들에게 레노버 제품을 경험한 기회를 제공한다.

-레노버가 중국 PC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델을 비롯한 글로벌 PC업체들과 맞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길은 무엇인가.

▲레노버는 1997년 이후 줄곧 중국 PC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레노버의 중국 PC시장 매출은 소도시로 PC 수요가 확대되고 노트북 PC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계속 늘고 있다. 혁신 제품으로 고객이 진정으로 바라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중국 시장내 차별화 요인이 됐다. 키보드에 ‘원터치 인터넷 액세스’ 버튼을 마련해 한 번만 누르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한 것이 그 예다. 또 레노버는 노인들을 위해 키보드를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화면에 글씨를 쓰거나 아이콘을 눌러 사용할 수 있는 PC를 저가에 판매했다.

혁신은 레노버의 DNA의 일부이며 이것이 세계 시장에서 레노버를 글로벌 업체들과 차별화하는 열쇠다. 레노버는 1000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고, 중국·미국·일본에 있는 연구소가 전 제품군의 혁신에 핵심 역할을 한다. 제품·마케팅·시장공략법·고객 서비스·사업 구축 및 운영까지도 혁신한다.

-레노버의 양위안칭 회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

▲양위안칭(楊元慶) 회장은 내가 신뢰하는 동료로 그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1989년부터 레노버에서 일했고 2001년 사장 겸 CEO에 오른 양 회장은 사업에 놀라운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 및 아태 지역에서 레노버를 1등으로 만든 경험을 통해 훌륭한 관점을 제공한다. 양 회장은 기업가이자 혁신가이며 항상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레노버의 PC 사업에 매우 중요하다.

-PC시장은 인터넷과 각종 무선 기기의 등장 이후 흔들리고 있다. 향후 PC산업과 IT산업 전반을 어떻게 보나.

▲나는 PC시장이 무선 기기의 확산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기술 혁신의 교차다. 레노버는 혁신의 교차가 기술 혁신의 다음 물결을 주도할 것이며, 향후 수 년간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PC가 이 혁신의 제 3단계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의 PC 및 IT 산업에 대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 평가하고 전망한다면.

▲한국은 매우 놀라운 시장이다. 한국은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매우 훌륭한 브랜드를 여럿 창출했다. 총 인구의 70%가 가정에서 광대역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시장은 혁신에 중점을 두는데 이것은 레노버의 핵심 원칙과 매우 잘 부합한다. 레노버는 베이징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랄리 본사에서 주요 사업 운영을 하고, 베이징·도쿄·랄리 등에 있는 연구소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하에 레노버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한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본다.

-경영진으로서의 철학과 신념이 있다면.

▲전략이나 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하지 않으면 허사다. 관리자로서 나의 목표는 직원들이 스스로 권한이 있다고 느끼게 하고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제대로 보상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레노버는 과감한 결정을 추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젊고 에너지 넘치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은 본질이 같다.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은 조직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야 하며, 직원들이 스스로 의사 결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가 정신의 발휘는 레노버가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실적을 개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윌리엄 아멜리오는 누구인가

지난해 12월 레노버 그룹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 윌리엄 아멜리오(William J Amelio)는 지난 2001년부터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에서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지역 수석부사장으로 일했다. 그는 델의 수석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지역 판매 실적을 2배 이상 성장시켰고 서비스 수준도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2000년에서 2001년까지 NCR에서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하니웰의 수송 및 파워 시스템 사업부에서 사장 겸 CEO로 일했고 얼라이드시그널(1999년 하니웰에 합병)의 터보차징 시스템 사업 수장을 맡았다. 여기서도 그는 연간 2배 성장한 10억달러 이상의 사업매출실적을 올렸다. 1979년부터 1997년까지 IBM에서 IBM PC 사업부 운영이사 등 상급 관리자를 역임했다. 아멜리오 CEO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리하이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레노버의 역사

레노버는 1984년 11명의 중국 컴퓨터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중국인들에게 IT 관련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뭉쳐 설립한 회사다. 20만위안(약 2400만원)의 사업자금으로 베이징의 1층짜리 목조건물 가게에 설립됐으며 당시 사명은 ‘렌샹’이었다. 영어 이름은 ‘전설’이라는 뜻의 ‘레전드(Legend)’였다. 이 회사는 키보드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며 영-중 번역SW가 장착된 PC 같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PC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렌샹은 2003년에 브랜드명을 레노버(Lenovo)로 바꿨다. 레전드(Legend)의 ‘Le’와 새롭다는 뜻의 라틴어 ‘novo’를 합친 것으로 혁신을 중시한다는 뜻을 담았다. 2004년엔 회사명도 같은 이름으로 교체했다. 지난해 5월 IBM PC사업부 합병을 완료하면서 연간 PC생산대수 1400만대, 연간 매출규모 130억달러의 세계 3위 PC업체로 거듭났다. 지난해 세계 시장 공략을 손쉽게 하기 위해 본사도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뉴욕주 퍼처스로 옮겼고, 올 봄에는 또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로 옮겼다. 직원수는 전 세계적으로 1만9000명을 넘는다. 현재 레노버는 개인 및 소규모 사업자를 겨냥해 `레노버 3000` 시리즈를 판매 중이고, 기업소비자와 전문가용으로 씽크(Think) 브랜드의 PC 및 노트북과 각종 PC 주변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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