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산업은 지난 2000년 이래로 매년 23.6%의 고성장을 꾸준히 달성, 지난해 말에는 생산규모가 18조원에 이르렀다. 또 향후 5년간 연평균 8.7%씩 성장해 2010년에는 시장 규모가 3조37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사실로 미뤄볼 때 SW는 IT산업의 기반 인프라로서 장차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성장동력산업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SW산업의 성장추세에 맞춰 자연히 SW 보호 제도의 발전도 뒤따랐다. 1984년 SW를 특허로 보호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컴퓨터 관련 발명의 심사기준’을 처음으로 제정, SW 중 아이디어 부분을 특허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이 플로피디스켓이나 CD롬 등 기록매체에 의해 유통되는 것에 발맞춰 ‘컴퓨터 프로그램이 저장된 기록매체’도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의 거래가 CD롬 등 기록매체에 의해 유통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되는 새로운 유통구조가 등장했다. 더불어 이런 네트워크를 통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유통이 물건을 전제로 한 현행 특허법의 ‘양도 또는 대여’로 볼 수 있는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은 네트워크 전송이라는 새로운 유통구조에 부합하도록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발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일본은 2002년 특허법을 개정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물건으로 규정, 네트워크를 통한 전송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했다. 유럽은 1990년대 EPO 심판원 심결을 통해 기술적 추가 효과가 있다면 컴퓨터프로그램 청구항도 특허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미국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기록매체 특허와 컴퓨터 프로그램 생성물 형태의 청구항을 인정함으로써 특허권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맞춰 특허청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물건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중이다. 이러한 규정이 반영되면 인터넷 등 네트워크를 통한 SW 전송 시 권리자를 보호하고 단순히 발명의 카테고리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특허를 받지 못했던 불합리한 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일각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물건으로 인정하면 국내 영세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관련 산업이 고사할 것이라는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그 제도의 도입이 오히려 관련 산업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 기업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계기로 작용한 바 있다.
SW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발명에 대한 국내기업의 특허등록 건수가 2000년 652건에서 2005년에는 1225건까지 꾸준히 증가한 데 비해 외국 출원인의 특허등록 건수는 2000년 이후 2005년까지 매년 500건 내외로 큰 변동이 없다. 이는 국내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기업들이 꾸준히 기술개발에 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는 기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컴퓨터 프로그램의 짧은 라이프 사이클에 비해 특허청의 심사처리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심사를 위한 선행기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특허청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1996년도에 37개월에 이르던 특허 심사처리 기간을 2006년 6월 현재 15.4개월로 단축했다. 올해 말에는 심사처리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할 예정이다. 따라서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발명에 대해서도 그 보호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특허청은 자체 보유한 컴퓨터기술 분야 선행기술 475만795건 외에 12종류의 온라인 검색시스템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심사관은 국내외 모든 선행기술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론된 문제점들은 상당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업계 각 층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청구항을 인정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특허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에서는 많은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박종효 특허청 정보통신심사본부장 jpark@kipo.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