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세상]이재원 슈프리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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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초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당 사무실에 출근한 이재원 사장(38)을 본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루 사이에 장발이었던 머리를 삭발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미창투와 스틱아이티로부터 32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직후였다.

 “투자를 받은 뒤 마음이 해이해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스스로와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머리를 깎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드컵 당시 스페인에 대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긴 우크라이나의 축구영웅 솁첸코가 삭발을 한 뒤 팀을 추스려 결국 8강까지 진출한 장면이 머리에 떠올랐다고 했다.

 다소 엉뚱한 이 사장의 행동 뒤에는 커다란 열정이 숨어 있었다. 삼성을 떠나 창업한 지 6년 만에 회사를 임베디드 지문인식 모듈 판매량 세계 1위, 지문인식 알고리듬 경연대회 세계 1위로 끌어올리고 최근 국내 최대 보안서비스 회사인 에스원에 지문인식시스템을 공급하게 된 성장의 원동력이 바로 그것이다. 한 꺼풀을 더 벗겨 보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논리적인 체계만을 중시하는 이공계식 마인드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조직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다. 이 사장은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한 대학 생활 때는 ‘라임라이트’라는 연극 동아리를 만들어 정열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라임라이트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되며 매년 공연을 한다. ‘튀는’ 행동을 불사하며 열정을 불사르는 경영 스타일은 이때부터 자리를 잡았다.

 슈프리마의 곳곳은 이 사장의 열정의 산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요즘도 아침마다 빵 배달을 한다. 출근 시간이 8시인 슈프리마에서 아침을 거르기 일쑤인 동료들을 위해서다. 덕분에 슈프리마에선 매일 아침 샌드위치를 먹으며 업무를 논의하는 스탠드 미팅이 정례화됐다. 후배들의 고민 상담사 역할도 자처한다. 한 명씩 형처럼 옆에 붙어 앉아 고민을 나누고 관계를 돈독히 한다. 상담 분야는 사업부터 시작해 재테크와 아이들 교육까지 백화점식이다.

 슈프리마의 한 직원은 이를 볶음밥식 경영으로 이름 붙였다. 단순한 하나의 체계로 앞서서 회사를 끌고가는 ‘주먹밥식’ 경영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배려와 신경을 많이 쓰는 ‘볶음밥식’ 경영이라는 얘기다.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내기보다는 스스로 주변을 많이 보며 가야 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합니다. 신경을 많이 써야 가능한 일이죠. 본 대로 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한 곳만을 봐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많은 곳을 보며 갈 수 있도록 하고 그것 하나하나에 피드백을 해주면서 함께 가는 거죠. 그렇게 만들어지는 네트워크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아니겠어요.”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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