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승강기 산업](3)산업발전을 위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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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생활인프라지만 교통사고 다음으로 사고가 잦다. 승강기 안전점검을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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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제조업과 안전 서비스업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처방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몇 년 새 승강기 산업이 다국적 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오티스, 현대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동양 등 3개 주요 업체에서만 전체의 5분의 1인 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토종 중소업체의 붕괴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각 회사의 기능이 전세계적인 분업체제에 편입되면서 국내 제조, R&D 기반이 약화됐다. 회사를 떠난 인력은 보수업계에 고스란히 유입돼 업체의 난립과 출혈경쟁을 야기했다. 제조 산업 기반과 유지보수 서비스업 기반의 연쇄적인 부실화가 진행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완제품 인증 △설치품질 승인 △유지품질 검사 등 승강기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안전규제부터 손 대야 한다고 제언한다. 중국산 저가 승강기 모델·부품의 유입과 원가이하 유지보수 서비스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붕괴의 속도를 늦추고 산업 활성화의 기회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규제를 강화하고 승강기 관리책임자(건물주)의 책임을 늘리면 승강기 유지보수에 지금보다 많은 비용 투입이 가능해진다. 보수업체의 전문화, 대형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처럼 고장유무를 보는 사후검사가 아니라 부품의 사용기한을 점검하는 예방정비로 전환할 기반도 마련된다. 제3자 보수 시장의 활성화와 제조사-보수업체의 기술협력 강화로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통해 10∼20년 이상 노후해 발생하는 수 십만대의 교체수요를 발굴, 안전과 산업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신규수요를 국내 제조업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숙제다. 국가별로 다양한 규격과 사양이 존재하는 승강기 산업의 특성이 해답이다. 티센크루프동양은 독일 본사측이 요구한 독일식 제품규격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내 시장에 맞는 독자적인 규격(TAC-50K)을 만들어 오히려 이를 그룹사의 아시아 모델로 정착시켰다. 이 모델은 중국, 아시아, 인도 등의 티센크루프에 공급된다. 오티스도 국내 개발 제품인 ‘시그마’ 모델로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의 사업기반을 역으로 활용하면 고스란히 국내 산업의 고용창출과 기반 확대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성공사례를 현재보다 늘리려면 국내 승강기 주요부품 산업을 키워야 한다.

 티센크루프 김성민 마케팅 부장은 “승강기 제조업은 부품 생산이 철저히 분업화돼 있기 때문에 국내의 승강기 개발능력을 높이려면 로컬의 주요 부품업체와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며 “중국 등의 부품제조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우리만의 규격을 개발하자면 국내 부품업체와 협력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산업기반의 정상화는 유지보수의 안정화로 이어지는 연쇄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 제조업의 기술수준이 곧 유지보수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승관원 엄용기 기술안전본부장은 “제조가 죽으면 안전한 승강기 사용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산업과 안전을 연계해 풀어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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