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업계가 인수합병(M&A)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게임기 유통업체에 인수된 국내 한 통신장비 벤처기업은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스캔들에 휩싸이는가 하면, 생존을 위해 벌어지는 다국적 공룡기업 간 합병 발표에 한국 지사가 일희일비하고 있다.
이처럼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인수합병 회오리를 겪고 있는 올해는 과거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찾아보기 힘든 통신장비 업계의 격변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스캔들로 번진 M&A=통신업계 광풍의 핵은 우전시스텍. 초고속인터넷 장비를 생산하던 이 회사는 불과 1주 만에 온 나라가 다 아는 기업이 됐다. ‘바다이야기’ 스캔들을 만든 지코프라임에 M&A당했기 때문이다. 스캔들과 별개로 기존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그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은 거의 없다.
광전송장비 국산화로 두각을 나타내던 네오웨이브도 적대적 M&A 회오리에 휘말렸다. 대주주인 한창이 제이엠피라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지분을 매각한 것에 임직원이 반발,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이다. 표 대결 국면으로 전환,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통신기기 전문 업체 텍셀네트컴이 지난 21일 최대주주가 영화방송프로그램 제작사인 노리하우스로 변경되는 등 M&A 스캔들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한 초고속인터넷업체 사장은 “파문이 커진 사건 외에도 최근 1년간 국내 통신장비 업계에 수십건의 M&A가 있었다”며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중”이라고 분석했다.
◇다국적기업 M&A 후폭풍에 ‘초긴장’=루슨트·알카텔, 노키아·지멘스 등 다국적 통신기업 간 합병 추진에 한국지사는 물론이고 협력사도 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M&A 발표 이후 추진 방향 혹은 결렬 등의 각종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일희일비하고 있다. 조만간 본사차원의 합작사 출범을 앞두고 한국지사 임직원을 포함해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국내영업을 해온 협력사의 운명도 갈리게 될 전망이다.
또 화웨이-스리콤, LG-노텔 등 이미 합작사를 출범시킨 기업도 전략을 수정, 새로운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최근 방한한 스리콤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 있는 스리콤과 화웨이스리콤 2개 지사의 조정 문제를 언급했다. 또 LG-노텔도 노텔 본사의 WCDMA 매각 추진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다른 통신장비 업체의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기술이 통신장비 업계의 M&A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라며 “어제의 1위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불과 2, 3년 뒤도 기약할 수 없다”며 최근의 급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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