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BS·MBC·SBS 지상파 3사가 구축해온 통신·방송융합 노선 공조체계가 최근 SBS의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독점계약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S와 MBC는 SBS가 스포츠 중계권과 관련한 3사 사장단 협약을 깬 데 대한 제재조치를 강구중이며 이런 일련의 움직임 속에 지상파의 통·방 공동노선 중추기구인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방통특위)와 무료디지털TV활성화추진위원회(무디추)에서 SBS가 제외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KBS 관계자는 “SBS가 스포츠 중계권과 관련해 3사 합의를 깼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제재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BS와 MBC의 압박=지상파방송사는 지난해 5월과 12월에 한국방송협회(회장 최문순) 산하에 각각 방통특위와 무디추를 만들고 통·방융합과 디지털전환에서 공조체계를 유지해 왔다.
윤성옥 방송협회 차장은 “방통특위는 방·통 기구개편 논의가 나오는 가운데 지상파의 공동 대응 필요성으로 만들어졌으며, 무디추는 초기에는 디지털TV 수신환경 개선을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은 지상파의 디지털전환 정책 개선을 위해 활동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SBS가 자회사인 SBS인터내셔널을 통해 2010∼2016년 4개 올림픽과 2010∼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 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KBS 관계자는 “방송협회 회장사인 MBC에서 SBS의 스포츠 중계권 독점과 관련해 이사회 소집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협회는 전우성 사무총장 내정자가 부임하면 열흘 정도 절차를 밟아 이사회를 소집할 공산이 크다. 안건은 SBS에 독점권 포기 등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방송협회에서 SBS를 제명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에서 제명되면 방통특위나 무디추에서도 제외된다.
MBC 관계자는 “SBS가 국부를 유출하면서까지 방송시장을 교란시키는 상황”이라며 “(KBS와 MBC가) 공동 대처할 필요가 있어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SBS는 최악의 사태로 발전하지 않기를 바라는 처지다.
이남기 SBS 상무는 “SBS가 중계권을 독점한 것은 아니며 (중계권을 확보한) SBS인터내셔널이 코리아풀에 재판매할 계획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범 SBS 기획팀장은 “디지털전환이나 방·통융합 등 커다란 현안이 있는데 스포츠 중계권 때문에 공조가 깨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망=SBS 제재조치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KBS와 MBC도 무작정 대립각만 세워서 이득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KBS·MBC 내부 분위기는 ‘SBS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앙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통·방 공조에서 SBS를 제외하는 게 오히려 지상파 공조 견고함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통 노선 공조는 무료 보편서비스로 시청자 복지증진이라는 취지에서 나왔다”며 “(SBS를 제외하면) 이런 측면에서 KBS-MBC-EBS 공조가 더욱 견고해지고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우성 방송협회 사무총장 내정자는 “아직 뭐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며 섣부른 전망을 경계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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