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경 아이디테크 사장(45)은 보안산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CEO다. 그렇지만 5년 사이 세계 150개국에 수출하는 출입통제 시스템 분야 최고 회사로 아이디테크를 키워냈다. 이중 80개국에는 자체 브랜드로 수출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시도다. 중동과 동남아 시장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수출액이 매년 두 배로 늘어났다. 여성 CEO답지 않은 공격적인 행보지만 정작 강 사장만의 노하우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가장 잘 아는 제품을 다룹니다. 주변에서는 엔지니어 출신도 아니면서 출입통제기를 얼마나 잘 알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다뤄온 제품이기 때문이지요.”
강필경 사장은 간호사 출신이다. 수년간의 간호사 생활을 접고 대리로 입사해 출발한 회사에서 10여년 만에 창업자에게서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밑바닥부터 경험하며 정상에 올라선 셈이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디테크는 89년 모토로라 등 외국 출입통제 장비를 수입하는 작은 회사로 출발했다. 10여년 동안 수입 판매해오면서 강 사장은 제품 장단점과 현장 요구사항을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런 뒤 제조에 발을 들였다. 개발·제조 전부터 이미 거래처와 해당 분야 사람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규사업 진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정보와 기반을 확보하고 확신이 서야 사업을 하는 것이 강 사장의 방식이다.
“지금도 몇몇 분야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으면서 다루고 있습니다. 경험해보고 시장에 대해 확신이 섰을 때 발을 디딜 생각입니다.” 이렇게 꼼꼼히 접근해 확보한 제품군이 이미 국내 최대규모다. RF·바이오인식 등 각종 방식의 출입통제 관련제품을 가장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지문인식에 이어 얼굴인식 도어로크까지 다루고 있다.
강 사장의 이 같은 경영은 손발을 맞추는 임직원에 대한 철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지금도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시장개척은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영입해 전적으로 신뢰하고 맡긴다. 그래서 외부에 회사를 대표해 인터뷰 등을 할 때도 본인보다 그 일의 담당자가 직접 나서기를 독려한다. “임직원과 CEO는 서로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특히 임직원의 힘이 중요하지요. 똑똑한 CEO 밑에 똑똑한 임직원이 있는 게 아니라 똑똑한 임직원이 똑똑한 CEO를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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