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MB 특허공세 대비책 세워야 한다

 국제특허관리 대행기구인 미국 MPEG LA가 추진해온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단말기에 관한 특허 풀 작업이 무산된 모양이다. MPEG LA가 최근 일부 국내 DMB 단말기 업체에 “DMB 특허 풀 작업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아직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특허 풀 작업이 무산되면 국내 업체들이 자칫 거액의 로열티를 물어야 하는 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MPEG LA가 그동안 전 세계 특허권자를 대상으로 추진해온 DMB 특허 풀 작업은 DMB 서비스·단말기에 포함된 모든 특허를 묶어 로열티를 기기 단위로 통합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우리 기업은 적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원스톱으로 DMB 로열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큰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특허 풀 작업이 특허권자의 참여 부족으로 무산된다니 우리 기업이 허탈해 하면서도 한편으로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번 사안은 이미 예측됐던 일이 가시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DMB 특허 풀 작업 자체가 우리 기업 요구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은 DMB 개별기술 단위로 각 특허권자와 로열티 계약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DMB 관련 특허가 4000건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 협상에 따른 인력이나 비용·시간 부담도 이만저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업체와 동시에 특허 협상을 벌여야 하는 애로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효율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DMB 분야의 특허는 실제로 개별기업이 분석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할 뿐만 아니라 핵심특허를 분류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만큼 대기업에 비해 특허 대응전략이 미흡한 중소업체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허권자 요구에 잘못 대응하면 거액의 비용 지급은 물론이고 소송에 휘말릴 여지마저 있다. 더욱이 특허권자의 특허 공세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 금전적인 부담은 물론이고 수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당장 DMB 사업을 확대하려는 국내 기업은 원가부담 가중으로 경영압박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로열티 부담을 수요자에게 전가하면 영업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돼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IT분야를 보면 과거에는 구분됐던 영역이 융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 융합이 가속화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다. 이런 시대에 원천기술을 자체 개발해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요즘 나오는 IT 제품이나 서비스는 융합돼 있어 특허 라이선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국제특허 공세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사전에 마련하는 일은 이제 어느 경영요소 못지 않게 중요하다.

 현재 우리 DMB 관련 기업은 협상정보를 교환해 공동대응 체계를 모색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묘책이 없다. 중소기업은 그동안 축적한 특허정보가 거의 없어 효율적인 특허공세 대응이 불가능하다. 수세적인 처지에서 특허협상에 나서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공세적 특허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 특허 라이선스 협상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라이선싱 및 특허 법률에 대한 적극적인 조언과 지원을 해야 한다.

 최근 기술전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IT업체를 대상으로 외국계 특허 라이선스 기업의 공세가 부쩍 거세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중소 IT업체도 안이한 자세를 버리고 선진국 특허공세와 관련해 공동대책을 수립하는 등 자기 방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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