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애플·노키아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전 영역에서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이는 비단 SW와 HW 뿐만이 아니다. 미국 할리우드의 드림웍스와 픽사, 월트디즈니 등 콘텐츠 업체들도 전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에서 출발해 현재 모바일·SW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구글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구글은 이른바 ‘미국 IT 인력의 블랙홀’로 불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한 스타기업의 등장은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연관 산업 발전 등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확보한 인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 기업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안겨 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술력과 콘텐츠 개발력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 스타기업 육성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절대 과제다.
◇스타기업이 먹여 살린다=엔씨소프트·NHN·넥슨 등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 업체의 직원수는 1000명을 훌쩍 넘는다. 일본·미국·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사까지 포함하면 직원규모는 적게는 1500명, 많게는 2000여명에 달한다. 매출 규모도 연간 3000억원 이상이며 해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 가고 있다.
이처럼 이미 글로벌 스타기업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국내 게임 업체들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며 일본 등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로부터 100억원의 순수투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았던 오콘의‘선물배달부 디보’, 한국·미국·스페인 공동투자를 이끌어낸 디자인스톰의 ‘아이언키드’,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의 ‘뽀로로와 친구들’ 등 국산 애니메이션도 유럽과 미국의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틈바구니 속에서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들 역시 콘텐츠 수출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스타기업이 되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구글, EA 만들자=한국의 구글과 EA를 만들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인터넷 사업자의 경우 NHN과 SK커뮤니케이션즈가 한국만의 강점을 지닌 검색과 커뮤니티를 통해 해외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NHN은 일본, 미국 등에서 블로그, 게임포털 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일본, 중국에 이어 유럽, 미국에 속속 진출하는 등 한국에서 성공한 인터넷, 콘텐츠 사업 모델을 글로벌화하고 ‘한국의 구글’ 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넥슨·네오위즈·한빛소프트 등 국내 주요 온라인게임업체 대부분도 ‘한국의 EA’가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에서 먼저 시작된 산업인 만큼, 세계시장에서도 한국이 차지하고 갈 선도적 입지가 넓은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온라인게임업체로 성장했다. 블리자드,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 등과 당당히 게임 본고장서 어깨를 겨룰 정도로 시장파워와 인지도가 놓아져 있다. 넥슨도 아시아 온라인게임시장의 ‘맹주’라 불릴 정도로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미국과 유럽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향해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한빛소프트도 그동안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에 집중해 왔던 해외사업 역량을 올해 ‘헬게이트:런던’을 시작으로 전세계로 확대한다. 네오위즈도 국내 게임포털 사업의 폭발적 성장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 점령까지 선언하고 나선 상태다.
국경 없는 세계시장에서 온라인게임 역시 품질 경쟁의 시대로 들어섰다. 세계적 기업들이 자본과 규모를 앞세워 밀고들어올 기세다.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을 위해서는 우리도 하루 빨리 1∼2개 쯤 ‘게임산업의 삼성전자’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정부도 팔 걷었다=오콘의 ‘선물배달부 디보’, 디자인스톰의 ‘아이언키드’,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의 ‘뽀로로와 친구들’, 전세계 60개국 이상에서 2000여 품목을 판매중인 부즈의 ‘뿌까’, 2005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에 빛나는 선우엔터테인먼트의 ‘믹스마스터’, 일본 NHK에서 시청률 8위를 기록하며 제2기 프로젝트에 착수한 ‘장금이의 꿈’.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이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의 ‘스타프로젝트’를 통해 가능성을 검증받은 작품이라는 것과 원소스멀티유스(OSMU) 사업을 본격화하며 부가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나가고 있다는 것.
지난 2002년 시작해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스타프로젝트는 애니메이션·캐릭터·만화·음악·공연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 걸쳐 성공모델을 발굴, 비즈니스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주요 국책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까지 선정된 작품은 총 26개, 투자된 금액만 어림잡아 120억원이다. 특히 좋은 기획력과 기술은 갖췄지만 번번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 스타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숨통’을 틔게 해주었다.
선정 작품 수를 과감히 줄이는 대신, 선정된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는 한 작품당 최대 지원 가능한 금액을 제작비의 35% 이내, 20억원으로 늘렸다. 또 미국·유럽·일본의 유명한 콘텐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해외심사’ 제도를 도입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5월 문화관광부 산하 2010게임산업전략위원회는 최근 한국이 세계 3대 게임 강국이 되기 위한 실행 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010년 게임 수출 36억달러를 달성하고 게임산업 규모를 세계 시장의 10%로 키워 한국을 세계 3대 게임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를 위한 5대 방향 7대 과제 등 실행 계획과 이에 따른 예산 및 추진 체계까지 내놓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코리아 빛내는 스타CEO들
‘콘텐츠 강국 코리아’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스타 최고경영자(CEO)들이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NHN을 일군 김범수 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1년 가까이 미국 캘리포이나 세너제이에서 NHN USA의 기초를 세우고 있다. ‘한게임’이라는 국내 최대 게임포털을 만들어낸 경험과 노하우를 미국시장 성공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사장도 상대적으로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 콘텐츠 기업 사령관으로 맹활약 중이다. 미국 변호사로 소프트뱅크에서 일해 본 경험 등이 넥슨의 덩치와 내용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우는데 십분 활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 기업으로 성장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일찍부터 ‘콘텐츠=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에 주목했다. 이미 지난 2001년 현존하는 최고 개발자로 손꼽히는 리처드 게리엇을 품에 끌어 들인 것이다. 한국이란 조그마한 나라의 엔씨소프트가 전세계에서 주목 받고, 급성장 한 것도 이 때부터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게임포털 네오위즈를 창업한 나성균 사장은 요즘 일본 시장에 열정을 쏟고 있다. 회사를 막 창업했을 때의 그 의욕과 꿈을 고스란히 안은 채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온라인게임 ‘뮤’와 함께 웹젠을 일궈낸 김남주 사장도 해외 개발자들 사이에 더 많이 알려져있다. 그의 실력과 애착을 알기 때문에 세계 3대 게임 개발자중 하나인 데이비드 존스와도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개발자에서 출발, 이제는 개발 전문 스튜디오까지 거느리고 한국 게임산업을 키우는 스타CEO도 있다.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XL게임즈 사장은 ‘XL레이스’라는 레이싱게임 이후 새로운 도전을 준비중이며, ‘라그나로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학규 IMC게임즈 사장은 신작 ‘그라나도 에스파다’로 국내외를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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